총회 참석비·금품 제공과 조합 결의의 효력 — 회의비 허용 범위와 무효 기준

박효영 변호사

박효영 변호사

정비사업 조합의 총회장에는 사은품이 놓이는 일이 흔하다. 참석한 조합원에게 교통비나 회의비를 지급하고, 생활용품을 선물로 나눠 주기도 한다. 이러한 관행은 결의의 효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정관에 근거를 두고 실비 수준의 회의비를 안건 찬반과 무관하게 균등 지급하는 것은 허용될 여지가 있으나, 시공자 선정이나 임원 선임 같은 특정 안건과 결부되어 조합원의 자유로운 결정권·선택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는 금품 제공은 결의 무효 사유가 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허용되는 회의비와 금지되는 금품을 나누는 기준을 판례로 살펴본다.

총회 참석비·금품 제공과 조합 결의의 효력 — 회의비 허용 범위와 무효 기준

근거 조문 — 금품 제공 금지와 회의비 허용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금품이 개입하는 것을 정면으로 금지한다. 조합임원의 선임이나 계약 체결과 관련한 금품·향응 제공은 그 자체가 금지 대상이고, 위반 시 형사처벌이 따른다.

도시정비법 제132조 제1항 “누구든지 추진위원, 조합임원의 선임 또는 제29조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각 호는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의 제공, 제공의 의사표시, 그 의사표시에 대한 승낙을 금지한다.)
도시정비법 제135조 제2호 “제132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를 위반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사 표시를 승낙한 자”를 처벌한다.

다른 한편 조합 정관은 총회 운영을 위하여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에게 회의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그 지급에는 예산의 범위와 대의원회의 사전 의결이라는 틀을 두고 있다. 한 재개발조합의 정관 제23조 제5항은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에게 회의비(교통비 등)를 지급할 수 있되, 총회 의결에 따른 예산 범위 안에서 미리 대의원회의 의결을 받도록 정한다. 곧 회의비 지급 자체는 정관이 예정한 적법한 행위이지만, 예산·의결의 틀을 벗어나거나 특정 안건의 표결을 유도하는 금품으로 변질되면 제132조의 금지에 저촉된다.

판례의 기준 — 자유로운 결정권·선택권을 침해할 정도

금품이 오갔다고 하여 결의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위반행위의 정도가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할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참석 조합원에게 30만원 상당의 압력밥솥을 제공하고 개별 홍보와 향응을 함께 벌인 사안에서, 법원은 그 결의를 무효로 판단하였다.

“형식상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시공자가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조합이나 입찰 참가업체가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고, 그 위반행위의 태양이나 정도 및 중요도, 조합원들에게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입찰의 공정을 해하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실제 그러한 위반행위가 시공자 선정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2. 6. 14. 선고 2011가합950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나60703으로 항소기각·대법원 2013다37494로 상고기각·확정)

이 기준은 위반행위의 태양·정도·중요도·광범위성을 종합하여 조합원의 자유로운 결정권·선택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보고, 그 정도에 이르면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지지 않고 무효로 본다는 데 있다. 이 사건은 구 도시정비법의 경쟁입찰 규정과 시공자 선정기준 고시를 적용한 것이지만, 금품 제공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이면 결의를 무효로 본다는 법리는 현행법에서도 유지되고, 현행 금품 제공 금지의 근거는 제132조·제135조다.

허용되는 참석 독려 — 회의비 명목의 소액 물품

반대로 안건의 찬반과 무관하게 참석 자체를 독려하기 위한 소액 물품은 정관이 정한 회의비의 범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임원 해임 총회를 개최하며 참석 시 프라이팬을 준다고 알리고 이를 실제로 제공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위법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① 원고가 기존에도 … 총회 참석 조합원들에게 회의비를 지급하고 …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 등은 총회에 참석하기만 하면 안건에 대한 찬반을 불문하고 프라이팬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와 같은 물품 제공은 조합원들의 총회 참석을 통한 의결권행사를 독려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 물품의 가액이 과다하다거나 사회적 질서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 정관에서 정한 회의비 명목 등으로 물품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인천지방법원 2025. 11. 20. 선고 2023가합51518 판결)

위법이 아니라고 본 근거는 세 가지다. 참석 독려가 기존 회의비 지급 관행의 연장선에 있었고, 물품이 찬반과 무관하게 참석자 전원에게 균등히 제공되었으며, 그 가액이 과다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세 요소는 앞의 무효 사안과 정반대의 지점에 놓인다.

두 사안을 나누는 세 요소 — 결부성·과다성·균등성

같은 ‘총회 참석 시 물품 제공’인데도 결론이 달라지는 이유는 세 요소의 차이에 있다. 결부성은 물품이 시공자 선정·임원 선임 등 특정 안건의 표결과 묶여 있는지를 말한다. 표결과 결부되면 매수의 성격을 띠어 위법으로 기울고, 참석 독려에 그치면 회의비로 볼 여지가 커진다. 과다성은 교통비·식비 수준의 실비를 넘어 고가의 재산상 이익에 이르렀는지를 말한다. 균등성은 특정 안건 찬성자에게만 또는 찬성을 조건으로 지급하였는지, 아니면 찬반을 불문하고 참석자 전원에게 균등히 지급하였는지를 말한다. 실무의 판단은 이 세 요소를 종합하여 자유로운 결정권·선택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로 수렴한다.

판례 비교

판결 사안 결론
서울북부지방법원 2012. 6. 14. 선고 2011가합9505 판결(대법원 2013다37494로 상고기각·확정) 시공자 선정 총회 참석 시 30만원 상당 밥솥 제공·개별 홍보·향응 자유로운 결정권·선택권 침해 정도에 이르러 결의 무효(결과 영향 불문)
인천지방법원 2025. 11. 20. 선고 2023가합51518 판결 임원 해임 총회 참석 독려용 프라이팬(찬반 불문·소액) 제공 회의비 명목의 물품 제공으로 볼 여지,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려움

체크리스트

조합은 회의비를 지급하기 전에 정관의 근거 조항, 예산 편성, 대의원회의 사전 의결이라는 세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지급 대상은 특정 안건 찬성자가 아니라 참석자 전원으로 하고, 금액은 교통비·식비 등 실비 수준에 맞추며, 시공자 선정이나 임원 선임 같은 표결 안건과 결부되지 않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지급 근거·예산·의결 경과와 지급 내역을 기록으로 남겨 두면, 뒤에 결의 효력이 문제 되더라도 회의비의 정당성을 소명하기 쉽다. 참석 독려 물품이라도 고가에 이르면 위법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가액 관리가 필요하다.

결의를 다투려는 조합원은 제공된 금품의 태양·규모, 특정 안건과의 결부 여부, 개별 홍보나 매수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혀 그 정도가 자유로운 결정권·선택권을 침해할 수준에 이르렀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표결이 임박하였다면 총회 개최 전후로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이미 결의가 이루어졌다면 결의무효확인의 소로 다투는 것이 절차다. 금품 제공이 제132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제135조 제2호에 따른 형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민사상 결의 효력과 형사책임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총회 참석비는 조합 운영의 오래된 관행이면서 동시에 결의 효력을 좌우하는 위험 요인이므로, 회의비의 근거와 실비 수준, 균등 지급, 특정 안건과의 분리를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길이다.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 분쟁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을 함께 검토받으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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