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고 하여 사업이 무한정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일정 기간 안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구역을 해제하도록 하는 일몰제와, 지정권자가 재량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직권해제를 함께 둔다. 제20조의 해제는 정해진 기간을 넘기면 지정권자가 해제하여야 하는 기속적 성격이 강하고, 제21조의 직권해제는 지정권자가 여러 사정을 비교·형량하여 정하는 재량행위다. 두 제도는 요건과 다투는 방법이 다르므로 구별하여 보아야 한다.

일몰제란 무엇인가 — 제20조의 기간 도과에 따른 해제
일몰제는 사업 추진이 지연되어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제약만 길어지는 상태를 정리하기 위한 제도다. 도시정비법 제20조는 지정권자가 일정한 기간 안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정비예정구역·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정한다.
도시정비법 제20조(정비구역등의 해제) ①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비구역등을 해제하여야 한다. 1. 정비예정구역에 대하여 기본계획에서 정한 정비구역 지정 예정일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 정비구역을 지정하지 아니하거나 구청장등이 정비구역의 지정을 신청하지 아니하는 경우 …
조합이 시행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라면 기간이 단계별로 이어진다.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날부터 2년 내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 추진위원회가 승인일부터 2년 내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 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 내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가 그것이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정비구역 지정·고시일부터 3년 내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하면 해제 대상이 되고,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은 정비구역 지정·고시일부터 5년 내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가 해제 대상이 된다. 각 기간이 도과하면 지정권자는 원칙적으로 구역을 해제하여야 한다.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 제20조 제6항의 존치
기간이 임박하였다고 하여 해제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정비법 제20조 제6항은 두 경우에 지정권자가 2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하여 구역을 해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한다. 하나는 정비구역등의 토지등소유자 100분의 30 이상이 해당 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정비사업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주거환경의 계획적 정비 등을 위하여 구역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지정권자가 인정하는 경우다.
실무의 요점은 기간 도래 전이라는 시기 제한이다. 연장 요청은 해제 사유가 되는 기간이 지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기간이 지난 뒤의 요청은 원칙적으로 존치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사업이 지연되는 구역이라면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각 단계의 기간 만료일을 미리 계산하여, 토지등소유자 100분의 30 이상의 동의를 갖춘 연장 요청을 만료 전에 제출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직권해제 — 제21조의 재량과 그 통제
제21조의 직권해제는 성격이 다르다. 지정권자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 사유로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 100분의 3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등이 있고, 주거환경개선사업 구역이 지정 후 10년 이상 경과하고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로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동의한 경우도 포함된다.
제20조의 해제가 기간 도과라는 객관적 사실에 따른 기속적 판단에 가깝다면, 제21조의 직권해제는 지정권자가 여러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정하는 재량행위다. 재량행위이므로 그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잃으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의견과 사업추진 가능성, 비례율 등 사업의 수익성·경제성, 조합의 정상적 운영 여부, 해제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하여 주민이 입는 불이익, 구역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도시환경 개선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는 것이 재판례의 태도다. 이러한 형량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직권해제 처분은 취소될 수 있다.
해제의 효력 — 지정 이전 상태로의 환원
구역이 해제되면 그 위에 서 있던 것들도 함께 정리된다. 도시정비법 제22조는 제20조·제21조에 따라 정비구역등이 해제된 경우 정비계획으로 변경된 용도지역·정비기반시설 등이 정비구역 지정 이전의 상태로 환원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정비구역등이 해제되면 추진위원회 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는 취소된 것으로 보고, 시장·군수등은 그 내용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하여야 한다. 다만 지정권자는 해제된 구역을 주거환경개선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후속 정비의 길을 열어 둘 수 있다.
해제는 추진위원회·조합의 그동안의 활동과 비용 문제를 남긴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사용한 비용의 처리, 시공자·정비업체와 맺은 계약의 정산은 별도의 다툼이 되므로, 해제가 임박한 구역이라면 비용 정산과 계약 관계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이다.
| 구분 | 근거 | 성격·요건 |
|---|---|---|
| 일몰제에 따른 해제 | 도시정비법 제20조 | 기간 도과 시 해제(기속적), 예정구역 3년·추진위 2년·조합설립 2년(추진위 미구성 시 3년)·사업시행 3년 |
| 기간 연장(존치) | 제20조 제6항 | 기간 도래 전 30% 연장요청 또는 존치 필요 인정 시 2년 범위 연장 |
| 직권해제 | 도시정비법 제21조 | 재량행위, 과도한 부담·목적 달성 불가·30% 해제요청 등, 비교·형량 필요 |
| 해제의 효력 | 도시정비법 제22조 | 지정 이전 상태로 환원, 추진위 승인·조합설립인가 취소 간주 |
체크리스트
추진위원회·조합은 각 단계의 기간 만료일을 사업 초기부터 관리하여야 한다. 추진위 승인,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신청 기한을 역산하여 일정을 세우고, 지연이 예상되면 만료 전에 토지등소유자 100분의 30 이상의 연장 요청을 준비하여야 한다. 직권해제 절차가 개시되면 사업추진 가능성과 수익성, 조합 운영의 정상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여 지정권자의 비교·형량에 반영시키고, 형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해제 처분이라면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해제를 원하는 토지등소유자는 제20조의 기간 도과 사유와 제21조의 직권해제 사유가 다르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기간 도과에 따른 해제를 구할 때에는 각 단계의 기산점과 신청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여야 하고, 직권해제를 요청할 때에는 100분의 30 이상의 요건과 과도한 부담·목적 달성 불가 등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하여야 한다. 해제 이후 용도지역 환원과 비용 정산의 결과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구역의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