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와 ‘사실상 도로’ — 적용 법률의 시점이 좌우한다

박효영 변호사

법무법인 경국
박효영 변호사

재개발·재건축 구역에는 등기부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로 남아 있으면서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길로 써 온 땅, 이른바 ‘사실상 도로’가 흔히 끼어 있다. 조합이 이 땅을 무상으로 양도받을 수 있는지, 이미 낸 매매대금을 강행규정 위반을 이유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어느 시점의 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그 기준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시점이다.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와 ‘사실상 도로’ — 적용 법률의 시점이 좌우한다

무상귀속과 무상양도 — 두 제도의 구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정비기반시설의 귀속을 두 갈래로 정한다. 하나는 무상귀속으로,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으로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된다(제97조 제2항 전단). 무상귀속의 상대방은 국가·지방자치단체다. 다른 하나는 무상양도로, 시장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조합 등)의 사업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새로 설치한 시설의 설치비용 범위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제97조 제2항 후단). 무상양도의 상대방은 사업시행자다. 민간 시행자가 새 시설을 무상귀속당해 입는 손실을 합리적으로 보전하려는 강행규정으로 이해되며, 이를 어긴 매매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쟁이 시작된다.

‘사실상 도로’는 원래 무상양도 대상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구법(2017년 전부개정 전 제65조 제2항)의 무상양도 대상에는 정비사업시행인가 전에 이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설치된 기반시설이나 도로법상 도로가 포함될 뿐, 관계 법령에 따라 설치된 것이 아니라 일반 공중이 사실상 길로 써 온 ‘사실상 도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두24289 판결,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두22498 판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에서 그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1헌바12 결정).

법 개정의 연혁 — 사실상 도로가 들어오기까지

이후 도시정비법은 두 차례 개정으로 사실상 도로를 무상양도 대상에 포함해 왔다. 2015년 개정으로 시장 등이 시행하는 경우를 정한 제65조 제1항에 ‘공유재산 중 일반인의 교통을 위하여 제공되고 있는 부지’, 즉 사실상 도로가 포함되었다. 다만 시장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를 규율하는 제65조 제2항은 개정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2017년 전부개정으로 제97조 제3항 제4호에서 시장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에 대해서도 사실상 도로가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그 부칙 제21조는 이 개정규정을 ‘이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는 적용례를 두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다215955 판결

이 연혁 위에서, 2017년 개정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조합들이 ‘2015년 개정으로 사실상 도로도 무상양도 대상이 되었으니 매매대금을 낸 계약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며 부당이득 반환을 구했다. 대법원 2024다215955 판결은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가 2017년 개정법률 시행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경우에는 ‘사실상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부지’가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문언과 연혁에 있는데, 2015년 개정으로 후문이 추가된 것은 제65조 제1항(시장 등이 시행하는 경우)일 뿐 제2항은 개정되지 않았고, 제1항 후문의 ‘이 경우’는 문언상 시장 등이 새 시설을 설치한 경우를 가리키므로 조합이 시행하는 경우까지 확대할 수 없으며, 2017년 개정법이 제97조 제3항 제4호로 비로소 사실상 도로를 포함하면서 부칙으로 시행 후 신청분부터 적용한다고 정한 점에 비추면 2015년 개정 당시에는 조합의 무상양도 대상에 사실상 도로를 넣으려 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문언이 명확하면 입법 취지를 앞세워 그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판례 비교

판결 쟁점 결론
대법원 2007두24289 / 2010두22498 구법상 무상양도 대상에 사실상 도로 포함 여부 법령에 근거해 설치된 도로만 포함, 사실상 도로는 제외
헌법재판소 2011헌바12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 합헌(사실상 도로 포함 여부는 입법정책·입법재량)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다215955 2017년 개정 전 인가 조합의 주장 개정법 시행 전 인가 신청 조합은 사실상 도로를 무상양도 대상으로 볼 수 없음(부칙 제21조)

‘사실상 도로’의 무상양도 대상 여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지목과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토지, 이른바 사실상 도로다. 지목은 도로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일반의 통행에 제공되어 공공이 도로로 관리·이용해 온 토지가 ‘용도가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여 무상양도의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된다.

이 판단은 적용 법률과 그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시점의 법령을 기준으로 정비기반시설 해당 여부와 무상양도의 범위를 판단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사업시행계획인가 등 기준이 되는 시점을 먼저 확정하고 그때의 법령을 적용해 보아야 한다.

협의와 부당이득

무상양도가 인정되는 토지를 관리청이 유상으로 매입하도록 하였다면, 사업시행자는 그 매수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여지가 있다. 다만 무상양도의 범위와 ‘설치비용 상당’의 한도, 적용 법령의 시점에 관한 다툼이 선행하므로, 협의 단계에서부터 무상양도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이다.

체크리스트

사업시행자라면 용도폐지되는 종래 정비기반시설의 목록과 가액, 새로 설치하는 시설의 설치비용을 함께 정리하여 무상양도의 범위를 미리 산정해 두는 것이 좋다. 사실상 도로가 포함된 경우에는 그 현황과 관리·이용의 경위, 적용 법령의 시점을 근거자료로 갖추어 협의에 임하는 것이 안전하다.

관리청·지방자치단체도 무상귀속과 무상양도가 대가관계에 있다는 점과 ‘설치비용 상당’의 한도를 함께 고려해 두어야 한다. 무상양도 대상 여부가 불분명한 토지를 일률적으로 유상매입 대상으로 처리하면 후일 부당이득 반환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합이라면 먼저 해당 토지가 도로법상 도로 등 법령에 근거해 설치된 도로인지, 아니면 사실상 도로인지를 가린다. 사실상 도로라면 우리 조합의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일이 2017년 개정법 시행 전인지 후인지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개정 전 신청 조합이 ‘강행규정 위반이니 매매대금을 돌려달라’고 다투는 전략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무상귀속·무상양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대상이 정비사업시행인가 전에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설치되었는지 등 요건사실의 입증이 관건이 되며, 무상양도 대상이라는 점의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시행자에게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나 사실상 도로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정비사업 소송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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