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와 점유의 이전 — 재건축조합의 인도청구·매도청구와 점유 승계의 한계

박효영 변호사

법무법인 경국
박효영 변호사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되었다고 해서 재건축조합이 정비구역 안 토지와 건물의 점유를 곧바로 넘겨받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3다211741, 2023다211758 판결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로 사업시행자가 종전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권리와 소유자 등을 상대로 한 인도청구권을 가지게 될 뿐, 정비구역에 포함된 종전 토지 등 전체에 대한 소유자들의 사실적 지배나 점유관계가 재건축조합에 곧바로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조합이 인가·고시로 얻는 것은 소유자에게 부동산을 넘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점유 자체는 이주나 인도를 거쳐야 조합에 넘어온다는 뜻이다. 구역 안에 오래된 제3자 명의 등기가 남아 있어 취득시효로 정리하려는 조합이라면, 이 판결이 점유 승계 시점을 어떻게 보았는지 먼저 확인해 두면 도움이 된다.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와 점유의 이전 — 대법원 2023다211741 판결

제81조 제1항 — 사용·수익의 정지와 인도청구

먼저 근거 조문을 살펴보자.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법률 제21447호, 시행 2026. 7. 1.)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81조(건축물 등의 사용·수익의 중지 및 철거 등) ①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78조제4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제86조에 따른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

조문 내용을 풀어 보면, 고시가 있은 때부터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소유자 등은 종전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없고, 그 기간 동안 사업시행자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사업시행자가 소유자 등을 상대로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유지해 왔다(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에 관한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다260636 판결). 이번 판결은 그 취지를 「종전의 토지 등에 대한 점유가 소유자 등에게 남아있음을 전제로, 사업시행자의 사용·수익권에 근거하여 소유자 등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정리하였다. 점유가 아직 소유자에게 남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설명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판결 전체를 이해하기 쉽다.

단서 제2호는 손실보상이 끝나기 전에는 사용·수익 정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인데, 이 예외는 사업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위 2012다62561, 62578 판결은 이 단서가 토지보상법상 수용·사용 권한이 부여된 정비사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그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한 주택재건축사업에는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재개발사업에서 보상 완료가 인도청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현금청산자·세입자 명도청구와 손실보상에 관한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재건축조합의 점유 취득 — 매도청구와 동시이행

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는 천재지변 등으로 시장·군수등이 직접 시행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종전 토지·물건을 취득하거나 사용할 권한이 없다(도시정비법 제63조). 그래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소유자 등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73조 제2항에 따라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 소유권과 점유를 넘겨받아야 한다. 이번 판결은 매도청구로 점유를 넘겨받는 경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경우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조합이 부담하는 매매대금 지급의무와 토지 등 소유자가 부담하는 권리제한등기 없는 소유권이전 및 토지 등을 인도할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다258029 판결 참조).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3다211741, 2023다211758 판결 이유 중)

여기서 원용된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다258029 판결은 구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에 관하여 재건축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와 토지등소유자의 권리제한등기 없는 소유권이전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사례다. 따라서 재건축에서는 매매대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소유자가 점유를 유지할 수 있고, 조합은 제81조 제1항만을 근거로 그 점유를 취득하지 못한다. 매도청구 대금의 기준이 되는 시가 산정은 재건축 매도청구 시가 산정에 관한 글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1970년대 초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한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공사는 수분양자들에게 전유부분 소유권이전등기와 대지 공유지분 이전등기를 마쳐 주었지만, 아파트 부지 중 이전되지 않은 지분과 단지 내부 도로, 상가건물 부지, 관리사무소·발전실, 어린이놀이터·경로당 등 복리시설 부지, 지하실·공동변소 등 일부 토지·건물은 공사 명의 등기로 남아 있었다. 이 지역에서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두 조합, 즉 제1구역 조합(원고)과 인접 제2구역 조합(독립당사자참가인)은 각각 2018년과 2021년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를 받은 뒤, 구분소유자들의 점유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22. 12. 21. 선고 2022나2011249, 2022나2011256 판결은 각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에 따라 구분소유자들의 점유가 각 조합에 승계되었다고 보고,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더하여 두 조합의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대법원 — 점유 승계는 부정하되, 이주 완료로 결론은 유지

대법원은 원심의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본문 규정은 사업시행자에게 정비사업을 위하여 토지 등 소유자를 상대로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종전 토지 등의 인도를 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취지로 볼 수 있으나, 협의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토지 등 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점유를 인도받기 위한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규정만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는 경우 그 정비사업구역에 포함된 종전 토지 등 전체에 대한 소유자 등의 사실적 지배나 점유관계가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조합에 곧바로 승계되는 효과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3다211741, 2023다211758 판결)

점유는 사회관념상 사실적 지배의 객관적 관계로 판단하는 민사법의 개념이고(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다74949 판결), 행정처분인 인가·고시가 그 지배관계를 법률상 당연히 이전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원고 조합이 이주 완료 시점으로 주장하는 2022. 4. 6. 무렵에는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점유 승계를 마쳤고, 그에 따라 구분소유자들의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조합에 승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제1구역 조합 부분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반면 인접 제2구역 조합 부분은 파기되었다. 제2구역 구분소유자들이 제1구역 내 단지 공동시설을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하여 공동점유해 왔더라도, 인가·고시만으로 그 점유가 제2구역 조합에 당연히 승계된다고 볼 수 없고, 제1구역의 이주가 완료되어 제1구역 조합이 공동시설을 직접 점유하게 된 뒤에는 그 점유가 제2구역 구분소유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환송심에서는 전유부분과 함께 공동시설의 점유까지 승계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구분소유자들의 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가 다시 심리 대상이 되었고, 환송 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6나200426)에서 다시 판단이 이루어졌다(원고 일부 승소, 확정 여부 미확인).

실무에 갖는 의미

이 판결은 인가·고시 이후의 실무에서 두 가지 점에 영향을 준다. 첫째, 구역 안에 남은 제3자 명의 등기를 취득시효로 정리하려는 조합은 점유 승계의 기준점을 인가 고시일이 아니라 이주 완료일로 잡아야 한다. 이주 공고, 세대별 인도 확인서, 단전·단수와 출입 통제 기록처럼 이주 완료 시점을 보여 주는 자료는 시효취득·등기 소송의 기초 증거가 되므로, 이주를 진행하는 단계부터 빠짐없이 모아 두는 것이 좋다. 조합 자신의 점유 기간이 20년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사건처럼 구분소유자들의 점유 기간을 기초로 그들의 등기청구권이 점유 승계와 함께 조합에 넘어왔다는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

둘째, 제81조 제1항에 따른 인도청구권과 점유의 취득을 구별하는 판단은 명도 단행가처분의 필요성 판단과 인도 지연 기간의 사용이익 반환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관리처분계획 단계의 쟁송 방법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다투는 방법에 관한 글에서, 이전고시 이후 다툼의 구조가 바뀌는 문제는 이전고시 효력 발생과 관리처분계획 소송의 한계에 관한 글에서 각각 정리해 두었다.

판례 비교

판결 쟁점 결론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3다211741, 2023다211758 판결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로 종전 부동산의 점유가 조합에 승계되는지 부정(사용·수익권과 인도청구권 인정에 그침). 이주 완료에 따른 점유 승계 인정분은 결론 유지, 단지 내 공동시설 부분 파기환송
서울고등법원 2022. 12. 21. 선고 2022나2011249, 2022나2011256 판결(원심) 인가·고시에 따른 점유 승계를 전제로 한 취득시효 두 조합 청구 일부 인용(대법원에서 일부 파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구 제49조 제6항 단서의 재건축 적용 여부 수용·사용 권한이 부여된 사업에만 제한 적용, 재건축에는 적용·유추적용 불가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다258029 판결 현금청산 시 청산금 지급의무와 소유권이전의무 동시이행 관계(2026년 판결이 매도청구 사안에 원용)

체크리스트

조합 실무자라면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후 명도 단계에서 제81조 제1항에 근거한 인도청구와 매도청구 대금의 지급 일정을 함께 짜 두는 것이 좋다.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도를 구하면 동시이행 항변에 따라 대금 지급과 상환으로만 인도가 명해지기 때문이다. 구역 안 제3자 명의 토지의 시효취득·등기 정리 소송을 준비할 때에는, 단지 공동시설이나 도로처럼 여러 단지가 함께 쓰던 부분이 어느 구분소유자들의 점유였는지, 그 등기청구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부터 정리한 뒤 청구를 구성하면 다툼을 줄일 수 있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매도청구의 상대방이 된 소유자라면, 인가 고시 후에도 점유를 잃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매매대금 전액의 지급과 상환하여 소유권이전과 인도에 응할 수 있다. 사용·수익 정지로 인한 제약과 점유의 보호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주 일정은 대금 수령 일정과 맞추어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관리처분계획 자체를 다툴 사유가 있다면 이전고시 전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전고시가 효력을 발생하면 관리처분계획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원칙적으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인도·매도청구·점유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정비사업 소송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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