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서 “누가 무엇을 분양받고 얼마를 부담하는가”를 확정하는, 조합원의 재산에 가장 직접적인 단계다. 종전 자산 평가가 낮게 나왔거나 분담금이 과도하다고 느낀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을 다투려 한다. 그런데 무엇을 상대로 어떤 소송을 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관리처분계획도 인가·고시되면 행정처분이 되어, 인가 전에는 총회결의를 당사자소송으로, 인가 후에는 관리처분계획 자체를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민사로 총회결의 무효확인을 내는 길은 막혀 있다.

관리처분계획은 ‘구속적 행정계획’이자 행정처분
관리처분계획의 성질부터 본다. 조합은 조합원의 분양신청 현황을 기초로 관리처분계획안을 마련하고, 총회결의와 토지등소유자 공람을 거쳐 시장·군수의 인가·고시를 받는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이하 ‘도시정비법’ 제74조, 제78조). 이렇게 확정된 계획은 단순한 내부 결정이 아니다.
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렇게 설명한다. 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의 시행 결과 조성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사항과 조합원의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 등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는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권리귀속과 비용분담을 정하는 만큼 조합원의 재산에 직접 작용하는 처분이라는 뜻이다.
인가·고시 전 — 총회결의는 당사자소송으로
관리처분계획은 총회결의라는 절차를 거쳐 인가·고시로 비로소 효력이 생긴다. 그래서 총회결의에 하자가 있으면 관리처분계획도 하자가 있는 것이 된다. 2007다2428 전합은 이 총회결의를 다투는 소송의 성질을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의 존부나 효력 유무에 관한 소송으로서 (…)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이는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인가·고시 전이라면 이 당사자소송이 유용하다. 위법한 총회결의에 무효확인 판결을 받아 행정청에 자료로 제출하거나 조합이 새 관리처분계획안을 다시 의결하도록 함으로써, 하자 있는 계획이 인가·고시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고시가 있기 전에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가·고시 후 — 관리처분계획을 항고소송으로
그러나 인가·고시가 나면 길이 바뀐다. 2007다2428 전합은 분명히 했다.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까지 있게 되면 관리처분계획은 행정처분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게 되므로, 총회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하여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하고, 그와 별도로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총회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종래에는 인가·고시 후에도 총회결의 무효확인을 민사로 구할 수 있다고 본 판례(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다13694 판결 등)가 있었으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 판례들을 변경했다. 같은 법리는 사업시행계획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9. 11. 2.자 2009마596 결정). 따라서 인가·고시 후 관리처분계획을 다투려면 총회결의가 아니라 관리처분계획이라는 처분 자체를 대상으로, 항고소송(취소소송은 제소기간 내, 무효확인소송)으로 가야 한다.
실무상 자주 나오는 실수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가 후인데도 민사법원에 총회결의 무효확인을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소기간을 넘겨 취소소송이 막힌 뒤 뒤늦게 다투는 것이다. 다만 소를 잘못 낸 경우에도 곧바로 각하되는 것은 아니다. 2007다2428 전합은 민사로 잘못 제기된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라도 “이송 후 행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취소소송 등으로 변경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부적법 각하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워 관할 행정법원으로 이송함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무효냐 취소냐 — 종전자산 평가 다툼의 현실
관리처분계획을 다투는 실익은 대개 종전자산 평가나 분담금에 있다. 그런데 평가 금액이 낮다는 불만만으로 관리처분계획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야 하므로, 평가의 당부를 둘러싼 다툼은 통상 무효사유라기보다 취소사유로 다루어진다. 따라서 제소기간(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원칙적 경로이고, 이를 놓치면 사실상 다툴 길이 좁아진다. 종전자산 평가 자체의 당부는 결국 감정을 통해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송 전 평가 근거와 비교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판례 비교
| 판결 | 쟁점 | 결론 |
| 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합 |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를 다투는 방법 | 인가 전=당사자소송(무효확인), 인가 후=항고소송(취소·무효확인). 총회결의만 별도 확인의 소 불가. 종전 민사소송 판례 변경 |
| 대법원 2009. 11. 2.자 2009마596 | 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의 처분성 | 인가·고시로 독립 행정처분, 정지는 집행정지로(민사가처분 불가) |
관리처분계획의 법적 성질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으로 조성되는 대지·건축물의 권리귀속과 조합원의 비용분담을 정하는 계획으로서,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 판례는 이를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독립한 행정처분으로 본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에 불복하려면 그 인가·고시된 처분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제기하여야 한다.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총회 결의의 하자 역시, 인가·고시 후에는 그 자체를 따로 다툴 것이 아니라 인가처분의 위법사유로 흡수되어 항고소송으로 주장하여야 한다. 인가 전 단계에서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절차적 요건을 다투는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할 여지가 있으나, 인가·고시가 이루어지면 결의만을 떼어 다투는 확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제소기간 — 시기를 놓치면 본안에 이르지 못한다
관리처분계획을 취소소송으로 다툴 때에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의 제소기간을 지켜야 한다. 관리처분계획은 인가와 함께 고시되므로, 통상 고시가 있으면 처분이 있음을 알았다고 보아 제소기간이 진행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하자의 당부를 따지기도 전에 소가 각하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중대·명백한 하자를 들어 무효확인으로 다툴 수 있을 뿐이다.
종전자산 평가를 둘러싼 다툼
관리처분 단계의 핵심 분쟁은 종전자산의 평가다. 종전자산의 가액은 조합원이 부담하는 분담금과 받게 될 권리의 크기를 좌우하므로, 평가의 적정성은 곧 재산적 이해와 직결된다. 종전자산 평가에 위법이 있으면 그에 기초한 관리처분계획도 하자를 띠게 된다.
다만 감정평가는 평가방법과 기준에 일정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단지 평가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가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과 정관에 어긋났는지, 같은 단지 안에서 형평을 잃었는지와 같은 구체적 위법을 짚어야 다툼이 실효를 거둔다.
체크리스트
조합 측은, 관리처분계획안의 총회 의결과 공람 등 절차를 갖추고, 종전·종후 자산의 평가 근거와 비례율 산정 자료를 투명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인가·고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조합원의 제소기간이 진행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불복하는 조합원 측은, 인가·고시 후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처분을 대상으로 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종전자산 평가의 구체적 위법(기준·절차의 하자, 형평 위반 등)을 특정하여 다투어야 한다. 기간을 넘긴 경우에는 중대·명백한 하자에 의한 무효확인을 검토한다.
다투려는 조합원이라면, ① 인가·고시 전후를 먼저 확인한다. 전이면 총회결의 무효확인(당사자소송, 행정법원), 후이면 관리처분계획 취소·무효확인(항고소송). ② 인가 후에는 제소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취소소송 기한을 가장 먼저 점검한다. ③ 종전자산 평가가 핵심이면 무효 주장에 매달리기보다 취소소송으로 평가의 위법을 다투고, 비교 평가 자료를 미리 확보한다. ④ 소송 형태를 잘못 골랐더라도 행정법원으로 이송·변경될 여지가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즉시 보정한다.
조합 입장에서는, 총회결의·공람 등 절차를 빠짐없이 갖추고 종전자산 평가의 합리성·일관성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분쟁 방어의 핵심이다.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이나 종전자산 평가가 다투어질 상황이라면, 인가·고시 시점과 제소기간, 하자의 성격을 함께 검토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