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경국
박효영 변호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해 본 사람이라면 ‘무상귀속’과 ‘무상양도’라는 말에 익숙하다.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도로·공원 같은 정비기반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그 대신 사업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공유 정비기반시설은 일정 범위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 그런데 같은 구조의 문제가 정비사업이 아닌 산업단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하면 결론이 달라지기 쉽다. 정비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그 토지가 군부대 부지처럼 공용재산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무상양도를 거부하고 변상금과 수용보상금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안의 국유지라도 사업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소유 재산이라면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어야 한다.

사안 — 무상양도를 거부당하고 두 번 돈을 낸 사업시행자
경기도는 A시 B지역 일대를 일반산업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승인·고시하고, 이후 사업시행자를 A시장에서 민간 개발회사로 변경하였다. 사업시행자는 단지 안에 있던 국유지의 무상귀속을 협의 요청했으나, 국가는 “국방부 행정재산 중 공용재산은 무상귀속이 불가하니 유상으로 손실보상 후 시행하라”며 거부했다. 그뿐 아니라 국가(한국자산관리공사)는 사업시행자가 대부계약 없이 토지를 점유했다는 이유로 변상금과 대부료를 부과했고, 사업시행자는 이를 납부했다. 결국 사업시행자는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토지수용 절차까지 거쳐 수용보상금을 지급하고 토지를 취득했다.
무상으로 받았어야 할 땅을 두고 변상금·대부료에 수용보상금까지, 사실상 두 번 돈을 낸 셈이다. 사업시행자는 그 합계 약 15억 원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근거 조문 —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
다툼의 중심에는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가 있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25조(공공시설 및 토지 등의 귀속에 관한 특례) 산업단지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6조제2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16조제1항에 따른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되는 공공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그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하여야 한다. 다만, 국가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목적 수행상 불가피하게 양도할 수 없는 재산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짧은 한 조문이지만 이 사건의 쟁점은 모두 이 문장에서 나온다. ① ‘산업입지법 제26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라는 우선적용, ② 무상양도 대상이 ‘재산’이라는 점, ③ ‘양도하여야 한다’는 강행적 표현, ④ 단서의 예외가 그것이다.
쟁점 1 — 무상양도의 근거 법률(산업입지법과 기업규제완화법)
국가는 산업입지법 제26조 제2항을 근거로 삼았다. 사업시행자는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를 근거로 들었고, 법원은 사업시행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기업규제완화법이 행정규제를 정한 다른 법령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규정(제3조)을 두고 있고, 제25조 본문이 ‘산업입지법 제26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라고 명시하면서 관리청에 양도를 거부할 재량을 부여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국가재산의 양도나 귀속 문제에 관하여는 산업입지법 제26조 제2항에 우선하여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가 적용된다”고 보았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6. 5. 29. 선고 2025가합50761 판결, 이하 같다).
쟁점 2 — 무상양도 대상인 ‘재산’의 범위
국가는 문언 해석을 근거로, 무상양도 대상은 ‘공공시설’로 이용되는 재산에 한정되어야 하고 단순한 국유지나 공용재산은 여기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는 무상양도 대상을 ‘공공시설’이 아니라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 이용현황과 무관하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이면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법원은 정비사업 관련 법률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보았다. 택지개발촉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은 무상양도 대상을 ‘공공시설’ 내지 ‘정비기반시설’로 한정하는 데 반해, 산업입지법과 기업규제완화법은 ‘재산’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산업입지법과 기업규제완화법이 대상을 넓은 ‘재산’으로 정한 이상, 그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이용현황을 따지지 않고 국가·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이 무상양도 대상에 포함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같은 ‘무상양도’라는 이름을 쓰지만, 산업단지에서는 정비사업보다 그 대상이 넓다는 뜻이다. 무상양도를 거부할 통로는 제25조 단서,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목적 수행상 불가피하게 양도할 수 없는 재산’이라는 예외에만 있고, 그 입증의 부담은 이를 주장하는 국가가 진다.
쟁점 3 — 사업시행자 변경과 무상양도 권리의 승계
국가는 다음으로 인과관계를 다투었다. 토지 중 일부는 현 사업시행자가 지정되기 전에 이미 용도폐지가 끝났으므로, 그 토지에 대해서는 현 사업시행자가 무상양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하였다.
법원은 이 또한 배척했는데,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는 ‘산업단지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재산’을 대상으로 할 뿐 ‘특정 사업시행자의 행위로’ 용도가 폐지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업의 명칭·위치가 동일하게 유지된 채 사업시행자 지위만 전임자에서 승계되었다면, 전임 사업시행자의 사업 시행으로 용도폐지된 재산에 발생한 법률효과 역시 후임 사업시행자에게 그대로 승계된다고 보았다. 만약 국가의 논리를 따른다면, 후임 사업시행자는 자기 비용으로 산업단지를 개발하고 공공시설을 무상으로 국가에 귀속시키는 부담은 그대로 지면서도 전임자였다면 받았을 무상양도는 받지 못하게 되어, 동일한 사업을 수행하는 시행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가 된다고 보았다.
쟁점 4 — 강행규정 위반과 부당이득
법원은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를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니라 강행규정으로 판시했다. 여기서 법원이 끌어온 것이 바로 정비사업 판례다. 대법원은 구 도시정비법의 무상양도 조항(구 제65조 제2항 후단)을 강행규정으로 보아, 이를 위반하여 사업시행자가 정비기반시설을 국가·지자체로부터 유상으로 사들인 매매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20751 판결). 법원은 그 법리를 그대로 가져와, 기업규제완화법 제25조 본문 역시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할 공공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무상양도를 강제하는 강행규정이라고 보았다. 정비사업에서 다듬어진 강행규정 법리가 산업단지로 옮겨 온 셈이다.
강행규정이라는 결론은 두 갈래의 부당이득으로 이어진다.
첫째, 수용보상금도 부당이득이 될 수 있다. 국가가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상귀속 협의에 응하지 않아, 사업시행자가 부득이 수용 절차를 거쳐 보상금을 지급하고 재산을 취득했다면, 비록 수용재결 자체에 무효·취소사유가 없더라도 국가는 정당한 원인 없이 보상금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것이 된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다36209 판결 취지 참조).
둘째, 변상금과 대부료도 부당이득이 될 수 있다. 무상양도 대상 재산이 사업시행자에게 양도되도록 예정되어 있다면, 사업시행자는 실시계획 승인 시부터 소유권을 취득하기까지 상당한 기간 그 토지를 점유·사용할 정당한 법적 지위에 있다. 그런 지위에 있는 자에게는 무단점유를 전제로 한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고, 그런데도 부과된 변상금 처분은 당연무효이며, 납부된 금액은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이 된다. 여기서 법원이 인용한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3다210991 판결은 산업단지가 아니라 재개발 정비구역 안 국공유지를 사업시행자가 무단점유한 것으로 보아 부과한 변상금이 무효인지가 다투어진 사건이었다.
정비구역에서 정립된 ‘사업시행자의 점유권원’ 법리가 다시 한번 산업단지로 건너온 것이다. 법원은 이 법리에 따라, 행정재산이 용도폐지되어 일반재산이 되더라도 그 점유권원은 소유권 취득 시까지 유지된다고 보아, 변상금 처분은 물론 그에 딸린 연체료와 사실상 강제된 대부계약까지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수용보상금과 변상금·대부료·연체이자를 합한 약 15억 원 전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그 돈에 붙는 이자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는 법정이자(연 5%)와 이행지체로 인한 소송촉진법상 지연손해금(연 12%)을 구분하여,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체크리스트
이 판결에 따르면 무상양도 강행규정과 사업시행자의 점유권원이라는 정비사업의 법리는 산업단지에서도 적용되고, 그 대상은 더 넓다. 대상이 ‘정비기반시설’이 아니라 ‘재산’으로 규정된 차이로 인해, 공용재산이라는 이유로 무상양도를 거부당한 사업시행자가 약 15억 원의 부당이득반환을 인정받았다. 산업단지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단지 안 국유지의 무상귀속을 거부당하고 유상매입·변상금·수용보상을 부담한 사업시행자라면, 그 지출이 강행규정 위반에 따른 부당이득은 아닌지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사업시행자 지위를 중간에 승계한 경우, 전임자 시기에 용도폐지된 재산이라도 무상양도 권리가 함께 승계된다는 점은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다만 위 판결은 1심 판단으로, 국가의 항소 여부에 따라 상급심에서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다.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발사업 구역 안 국공유지의 무상양도나 부당이득 반환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정비사업 소송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