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조합임원의 연임 총회와 직무수행권 — 어디까지 가능한가

박효영 변호사

박효영 변호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서 조합임원의 임기 만료는 거의 모든 현장이 한 번은 겪는 일이다. 임기 만료 전에 총회를 열어 차기 집행부를 새로 세우는 것이 정석이지만, 총회 비용이나 내부 갈등 탓에 임기를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두 가지 질문이 동시에 터진다. 이미 임기가 끝난 임원을 ‘선임’이 아니라 ‘연임’ 안건으로 의결할 수 있는가. 그리고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그 임원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연임 의결 자체는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임기 만료 임원의 직무 범위는 좁게 본다.

임기 만료 조합임원의 연임 총회와 직무수행권 — 어디까지 가능한가

연임 안건과 선임 안건의 선택

일각에서는 임기가 끝나는 순간 임원의 지위는 소멸하므로, 이미 사라진 지위를 사후에 늘리는 ‘연임 결의’는 효력이 없고 반드시 ‘선임 결의’를 새로 거쳐야 한다고 본다. 임기 만료 후 연임 안건을 올리는 것은 조합원의 선출권·피선출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시각은 다르다.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감사의 임기 만료 후 연임 결의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법원은, 임기가 만료된 경우 새로운 입후보자 등록공고 등 절차를 밟아 ‘선임 안건’을 올릴지, 아니면 ‘연임 안건’을 올릴지는 추진위원회(조합)가 선택할 수 있다고 보았다(광주고등법원 2009. 10. 7. 선고 2009나609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89337 판결로 상고기각·확정). 연임 안건을 상정하면서 별도의 입후보자 등록공고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연임은 새로운 입후보자가 등록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자체만으로 토지등소유자의 선출권·피선출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원의 선출권·피선출권은 총회에서 연임 안건을 부결시킨 뒤 새 임원을 선임하는 결의를 할 때 보장하면 충분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법리는 추진위 단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도 조합임원의 임기를 3년 이하의 범위에서 정관으로 정하되 연임할 수 있다고 정하고(제41조 제4항), 그 선출방법은 정관에 맡겨 두고 있을 뿐(제41조 제5항) 연임 절차를 따로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대법원 법리는 정식 조합 설립 이후 조합장 등 임원의 연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연임 의결의 효력과 기산점

그렇다면 임기가 이미 끝난 뒤에 연임 의결을 해도 그 효력에 흠은 없는가. 연임(連任)은 종전 임기가 끝난 뒤 곧바로 이어 같은 자리에 다시 재임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임기 만료 후의 연임 결의라 하더라도 새 임기는 결의일이 아니라 기존 임기가 만료된 시점부터 이어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연임의 본래 의미에 부합한다. 이렇게 해석하면 임기를 부당하게 늘리는 것도, 조합원의 선거권을 빼앗는 것도 아니므로 연임 결의는 유효하다.

정리하면, 부득이하게 임기가 끝난 뒤 총회를 열더라도 기존 임원에 대한 연임 의결 자체는 위 판례에 따라 법적으로 유효하다. 문제는 연임 의결의 효력이 아니라, 그 의결을 받기까지 임기 만료 임원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있다.

임기 만료 임원의 직무수행권 — 민법 제691조의 유추

대부분의 조합 정관에는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임기 만료 임원이 종전과 똑같은 권한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무제한·포괄적 권한으로 읽지 않는다.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7206 판결은 임기 만료 임원의 직무수행권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민법상 법인과 그 기관인 이사와의 관계는 위임자와 수임자의 법률관계와 같은 것으로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 일단 그 위임관계는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그 후임 이사 선임시까지 이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 당장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처하게 되므로 민법 제691조의 규정을 유추하여 (…) 후임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임기만료된 구이사에게 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무수행권이 인정되는 것이다.”

핵심은 그다음이다. 같은 판결은 “임기만료된 이사의 업무수행권은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하여 퇴임이사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가려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 퇴임이사라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또 포괄적으로 부여되는 지위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즉 임기 만료 임원의 권한은 위임이 끝난 뒤의 긴급사무처리(민법 제691조)를 유추적용한 것이어서, 조합 업무의 공백과 손해를 막기 위해 ‘급박한 사정을 해소할 필요가 있는 범위’에서만, 그것도 안건별로 따져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직무수행권의 한계 — 무리한 안건 상정의 위험

이 법리를 연임 총회에 대입하면 경계선이 분명해진다. 연임 결의나 후임 선임처럼 집행부의 공백 자체를 메우기 위한 안건은 임기 만료 임원이 추진할 수 있는 ‘급박한 사정’에 해당한다. 반면 협력업체 선정, 감정평가업체 선정, 대규모 계약 체결처럼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 사업 안건은 급박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 하급심 가처분 실무도 같은 선을 긋는다. 임기 만료 조합장이 연임 안건과 함께 급박하지 않은 사업 안건을 한꺼번에 총회에 올린 사안에서, 법원은 연임 안건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급박한 사정이 없는 협력업체 선정 등의 안건에 대해서는 임기 만료 임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아 그 상정·결의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받아들인 사례가 있다. 임기 만료 상태에서 욕심을 내어 안건을 늘리면, 그 안건을 빌미로 총회 자체가 처분금지 가처분의 표적이 되어 사업이 통째로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가지 더 유의할 것은, 직무수행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그 임원에게 ‘이사로서의 지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 96다37206 판결은 업무수행권과 이사 지위를 명확히 구분한다. 임기 만료 임원은 어디까지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잠정적 직무수행자일 뿐이므로, 분쟁이 격화되면 조합원 측에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으로 그 잠정적 지위마저 다툴 수 있다.

판례 비교

판결 쟁점 결론
광주고법 2009. 10. 7. 선고 2009나609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89337로 상고기각·확정) 임기 만료 후 ‘연임’ 안건 상정의 적법성 선임·연임 안건 선택 가능, 입후보등록공고 없어도 선출권 침해 아님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7206 임기 만료 임원의 직무수행권 범위 민법 제691조 유추, 급박한 사정 해소에 필요한 범위에서 개별·구체적으로만 인정(포괄적 지위 아님)

체크리스트

임기 만료 임원의 연임 총회는 ‘연임 의결은 넓게, 직무 범위는 좁게’라는 두 법리 사이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정공법은 단순하다. 임기 만료 후 총회는 연임(또는 선임)과 사업 공백을 막기 위한 필수 최소한의 관리 업무로 안건을 좁히고, 급하지 않은 협력업체 선정·대규모 계약 같은 안건은 새 집행부가 정식 권한으로 처리하도록 미루는 것이다. 안건을 욕심내는 순간 처분금지 가처분의 빌미가 되고, 한 건의 가처분이 연임 의결까지 함께 흔들 수 있다.

임기 만료 상태를 오래 방치하는 것 자체도 위험하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임원이 임기만료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때부터 6개월 이상 새 임원이 선임되지 않으면, 시장·군수등이 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를 소집하거나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해 임원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제44조 제3항, 제41조 제5항). 임기 만료 임원이 직무수행권에 기대어 시간을 끌수록 집행부가 외부로 넘어갈 여지가 커진다는 뜻이다.

가장 안전한 길은 애초에 임기 만료 전에 연임·선임 총회를 마치는 것이다. 그것이 어려워 임기를 넘긴 상황이라면, 연임 안건의 적법성보다 함께 올리는 다른 안건이 ‘급박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를 한 건씩 점검하는 것이 분쟁을 막는 핵심이다. 연임 총회의 안건 구성이나 임기 만료 임원의 직무 범위가 다툼이 되는 상황이라면, 총회 소집 전에 안건별로 검토를 받아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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