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시공자와 계약을 맺은 뒤 공사비가 올랐다면, 조합은 곧바로 변경계약을 총회에 부쳐 의결하면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일정한 증액 국면에서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의무로 정하고 있고, 이 절차를 빠뜨린 채 이루어진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의결은 절차상 하자로 취소될 수 있다. 반면 조합과 시공자 사이의 변경계약 자체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두 국면을 나누어 보는 것이 쟁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공사비 검증은 의무다 — 도시정비법 제29조의2
도시정비법 제29조의2 제1항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후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요청할 수 있다’가 아니라 ‘요청하여야 한다’로 규정된 의무 조항이다.
도시정비법 제29조의2 제1항 “재개발사업·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시장·군수등 또는 토지주택공사등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시공자와 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제114조에 따른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여야 한다.”
검증을 요청하여야 하는 사유는 세 가지다. 첫째,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사업시행자에게 검증 의뢰를 요청하는 경우다. 둘째, 공사비 증액 비율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이전에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 100분의 10 이상이거나,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 100분의 5 이상인 경우다. 셋째, 앞의 사유에 따른 검증이 완료된 뒤 공사비가 다시 100분의 3 이상 증액되는 경우다. 곧 시공자 선정 시점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앞이냐 뒤냐에 따라 검증을 촉발하는 증액 비율이 10퍼센트와 5퍼센트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한 번 검증을 거친 뒤에도 3퍼센트 이상 다시 오르면 재검증 대상이 된다.
검증의 시점 — 증액이면 변경계약 체결 전
같은 조 제2항은 검증의 방법·절차·수수료 등을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위임한다. 이에 따른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기준은 검증 신청의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사업시행자는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후 검증을 신청하되, 계약 이후 공사비를 증액하는 경우에는 변경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검증을 신청하여야 한다. 검증이 완료되면 그 검증 보고서를 총회에서 공개하여야 한다.
이 시점 규정은 실무에서 중요하다. 공사비가 오른 상황에서 변경계약과 그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총회에 부치려면, 검증 신청과 보고서 공개가 그 총회에 앞서 있어야 한다. 검증을 뒤로 미룬 채 변경계약을 먼저 의결하는 순서는 규정이 예정한 절차와 맞지 않는다. 검증은 조합원이 증액의 타당성을 객관적 자료로 확인한 뒤 표결하도록 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검증을 빠뜨린 총회의결 — 관리처분 변경은 취소 대상
검증 요청을 거치지 않고 총회 의결이 이루어졌다면 그 효력은 어떻게 되는가. 하급심은 공사비 증액으로 관리처분계획이 변경되는 국면에서 검증 절차의 누락을 절차상 하자로 판단하였다. 한 행정판결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에 관한 총회의결에 검증 요청 절차가 누락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아 그 부분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하였다.
“위 관리처분계획(안) 중 이 사건 쟁점 관리처분계획 부분에 대한 총회의결에는 공사비 검증 요청 절차가 누락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 절차상 위법이 있어 취소돼야 한다.”
항소심은 도시정비법 제29조의2 제1항의 성질을 강행규정으로 판단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구 도시정비법 제29조의2 제1항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사비 증액에 관하여 제3자인 검증기관에 의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며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이는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즉 공사비 증액이 관리처분계획의 변경(경미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을 수반하는 국면에서는, 검증을 거치지 않은 관리처분변경 총회의결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이 하급심의 태도다.
강행규정의 의미와 변경계약의 사법상 효력
다만 짚어야 할 구분이 있다. 검증 규정이 강행규정이라 하여, 검증을 거치지 않고 체결된 조합과 시공자 사이의 변경계약이 언제나 사법상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민사판결은 검증이 누락된 변경계약의 사법상 효력이 다투어진 사건에서 그 변경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변경계약은 도시정비법 제29조의2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라 공사비 검증 요청을 거치지 않고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무효라고 할 수 없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검증 규정은 사업시행자의 의무를 정한 조항으로서 검증을 거친 뒤 계약이 체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검증 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형태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검증 규정을 위반한 조합 임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없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제든 다시 검증 요청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검증을 누락한 총회의결에 언제나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나아가 앞의 행정판결이 강행규정이라고 판시한 것은 행정주체인 조합이 준수하여야 할 규범 기준(행정처분의 취소사유)이라는 의미이지, 조합과 시공자 사이의 사법상 법률행위를 무효로 만든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같은 검증 누락이라도 국면에 따라 효과가 나뉜다. 공사비 증액이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수반하면 그 총회의결과 인가는 절차상 하자로 취소될 수 있다. 반면 조합과 시공자 사이 변경계약의 사법상 효력은 증액 규모의 합리성, 공정률, 교섭 경위 등을 종합하여 유효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 구분 | 국면 | 결론 |
|---|---|---|
| 행정소송(하급심, 대법원 상고기각 확정) | 공사비 증액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의결 | 검증 절차 누락은 절차상 하자, 관리처분계획 취소 |
| 항소심 판시 | 제29조의2 제1항의 성질 | 강행규정(행정처분 취소사유로서의 규범 기준) |
| 민사소송(하급심) | 조합·시공자 변경계약의 사법상 효력 | 검증을 거치지 않았어도 곧바로 무효는 아님 |
체크리스트
조합은 공사비 증액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그 증액 비율이 검증 요청 사유(사업시행계획인가 전 선정 10퍼센트, 후 선정 5퍼센트, 재검증 후 3퍼센트)에 해당하는지, 조합원 5분의 1 이상의 검증 요청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증액이 관리처분계획 변경으로 이어진다면, 변경계약 체결과 관리처분변경 총회에 앞서 반드시 검증을 신청하고 검증 보고서를 총회에서 공개해 두어야 한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관리처분변경 인가가 취소될 위험이 있고 사업 일정 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 검증 신청 시점, 보고서 공개, 안건 상정의 선후 관계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
조합원은 공사비 증액 안건이 상정되면 검증 절차가 규정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검증을 요청할 수 있는 증액 비율에 이르렀는데도 검증이 누락되었다면 그 총회의결과 관리처분변경의 절차상 하자를 다툴 수 있다. 다만 조합과 시공자 사이의 변경계약을 사법상 무효로 돌리는 것은 별개의 다툼이며, 증액 규모의 합리성 등에 따라 결론이 나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증액 국면에서는 검증 요청 사유 해당 여부와 절차의 선후를 사전에 정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 분쟁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을 함께 검토받으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