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시공자 선정 총회결의에 절차상 흠이 있으면 그 선정은 곧바로 무효가 되는가. 위반의 성격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경쟁입찰을 아예 거치지 않았거나 부정한 행위로 경쟁입찰의 취지를 잠탈한 경우에는 시공자 선정결의가 당연히 무효이지만, 사소한 입찰절차 위반에 그치는 경우에는 그 위반이 총회의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무효가 된다. 시공자 선정은 정비사업 비용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핵심 절차이므로, 조합과 조합원 모두 어떤 하자가 결의를 무너뜨리는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쟁입찰 규정은 강행규정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29조는 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도록 정한다. 시공자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재개발·재건축 수주시장의 혼탁과 과열을 방지하고 조합원 사이의 분쟁을 예방하려는 취지이며, 도시정비법은 이를 위반한 조합과 시공자로 선정된 자를 형사처벌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단순한 절차규정이 아니라 강행규정으로 본다.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4다61340 판결(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7. 31. 선고 2013나42511 판결, 대법원이 상고기각하여 확정)은 그 성격과 위반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분명히 하였다.
구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본문의 내용과 입법 취지, 이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유효로 한다면 정비사업의 핵심적 절차인 시공자 선정에 관한 조합원 간의 분쟁을 유발하고 그 선정 과정의 투명성·공정성이 침해됨으로써 조합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으로 보이는 점, 구 도시정비법 제84조의3 제1호에서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본문은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위반하여 경쟁입찰의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이루어진 입찰과 시공자 선정결의는 당연히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효력이 부정된다. 따라서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 업체를 수의로 선정하는 등 경쟁입찰의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이루어진 시공자 선정결의는 그 자체로 무효가 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구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은 현행 도시정비법 제29조에 해당한다.
형식은 경쟁입찰, 실질은 잠탈인 경우
겉으로는 경쟁입찰의 형식을 갖추었으나 실질적으로 그 취지가 무너진 경우도 규정 위반이 된다. 위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시공자 선정결의를 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하여 시공사를 정하도록 한 취지를 잠탈하는 경우에도 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예로 조합이나 입찰 참가업체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여 시공자 선정동의서를 매수하는 등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하는 부정한 행위를 하였고, 그 부정행위가 총회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들었다.
실제 이 사건에서는 시공자로 선정된 업체의 일부 직원들이 조합원들에게 사전투표의 대가로 현금 100만 원을 제공하거나 특급호텔 식사·숙박, 공연, 관광 등의 향응을 제공하였고, 그 직원들이 입찰방해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금품·향응 제공이 입찰의 공정을 침해하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 선정결의를 무효로 본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경쟁입찰의 외형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질적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절차 위반이 곧 무효는 아니다
그렇다고 입찰절차의 모든 흠이 시공자 선정결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3다37494 판결은 조합이나 입찰참가업체가 도시정비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시공자 선정결의를 무효로 돌리기 위해서는 그러한 위반행위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등과 같이 경쟁입찰에 의하여 시공자를 정하도록 한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반의 존부와 그 위반이 결과에 미친 영향은 별개의 문제다.
하급심도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조합이 입찰공고 시 평가항목별 배점표를 작성·공개하지 않아 국토교통부 고시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하였더라도, 입찰 참여 업체가 소수여서 배점의 의미가 크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각 업체의 제안 내용을 비교표로 제공받은 뒤 압도적 다수로 특정 업체를 선정하였다면, 그 배점표 미공개가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선정결의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예가 있다. 조합이 입찰 마감 후 각 업체에 사업비 증액을 요청한 행위가 처리기준을 위반할 여지가 있더라도, 그 요청이 모든 업체에 동일하게 이루어졌고 총회 책자에 포함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무효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무효인 선정결의는 추인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무효인 시공자 선정결의를 사후에 총회에서 다시 추인하면 하자가 치유되는가. 대법원은 이를 부정한다. 위 2014다61340 판결은 무효인 선정결의의 추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행위는 그 무효사유가 제거되지 않는 한 추인을 하더라도 유효하게 되지 않으므로, 새로운 입찰절차를 밟아 다시 시공사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단순히 무효인 시공자 선정결의를 추인하는 결의를 하는 것만으로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경우 구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및 시공자 선정 기준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았거나 부정행위로 무효가 된 선정을 되살리려면, 그 무효의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총회에서 추인 결의만 반복해서는 안 되고, 처음부터 새로운 입찰절차를 밟아 다시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무효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추인은 헛된 절차에 그친다.
정리
| 판례 | 쟁점 | 결론 |
|---|---|---|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4다61340 | 경쟁입찰 위반 시공자 선정결의의 효력 | 제29조(구법 제11조 제1항)는 강행규정, 경쟁입찰 아닌 방법의 선정결의는 당연무효 |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4다61340 | 금품·향응 등 부정행위 | 형식상 경쟁입찰이라도 취지를 잠탈하고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무효 |
|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3다37494 | 절차·금지사항 위반의 효과 | 위반이 총회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쳐 경쟁입찰 취지에 정면 위배될 때 무효 |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4다61340 | 무효인 선정결의의 추인 | 무효사유 제거 없이 추인만으로는 치유 불가, 새 입찰절차 필요 |
체크리스트
조합 집행부는 시공자 선정에서 경쟁입찰의 형식과 실질을 모두 지켜야 한다. 입찰공고·현장설명회·입찰마감·총회 상정에 이르는 절차를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맞게 진행하고, 평가항목별 배점표의 작성·공개 등 고시가 요구하는 사항을 빠짐없이 이행하며, 그 과정을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조합이나 입찰참가업체의 금품·향응 제공, 개별 홍보 금지 위반과 같은 부정행위는 그 자체로 선정을 무효로 만들 수 있으므로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미 무효 사유가 있는 선정을 되살리려 할 때에는 추인 결의로 넘어가지 말고 새로운 입찰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공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조합원은 어떤 하자가 있었는지뿐 아니라 그 하자가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경쟁입찰을 아예 거치지 않았거나 금품·향응 제공 등 부정행위가 개입한 경우라면 무효를 다툴 실익이 크지만,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은 사소한 절차 위반만으로는 선정결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선정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조합을 상대로 한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소송 형태와 제소기간을 신중히 판단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공자 선정은 사업의 성패와 조합원 부담을 좌우하는 사안이므로, 입찰절차의 설계 단계부터 하자 여부의 검토 단계까지 전문가의 세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