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를 넘어 착공으로 가려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로부터 토지·건물을 넘겨받아야 한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됐으니 비워 달라”고 하고, 점유자는 “보상부터 받아야겠다”고 맞선다. 관리처분계획인가만 있으면 곧바로 명도(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토지·건물 보상금뿐 아니라 주거이전비·이주정착금·이사비까지 지급(또는 공탁)되어야 비로소 인도를 구할 수 있다. 보상이 끝나지 않으면 점유자는 계속 사용·수익할 수 있다.

관리처분인가의 효과 — 사용·수익의 정지와 그 예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있으면 종전 토지·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은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 토지·건축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다고 정한다. 원칙적으로 인가·고시가 점유자의 사용·수익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항 단서가 중요한 예외를 둔다.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았거나,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보상이 끝나지 않은 점유자는 인가·고시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수익할 수 있다.
이 단서가 명도 분쟁의 승패를 가른다. 조합이 “인가가 났으니 비워 달라”고 해도, 보상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점유자의 사용·수익권은 살아 있고, 따라서 인도를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보상 완료’에는 주거이전비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무엇까지 지급해야 ‘손실보상 완료’인가. 토지·건물 보상금만 주면 되는가.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7813 판결은 그 범위를 넓게 보았다.
“토지보상법 제78조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이주정착금, 이사비(이하 ‘주거이전비 등’이라 한다)도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공사에 착수하기 위하여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로부터 정비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협의나 재결절차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주거이전비 등도 지급할 것이 요구된다.”
여기서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은 현행 제81조 제1항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핵심은, 토지·지장물 보상금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거이전비·이주정착금·이사비까지 지급되어야 비로소 손실보상이 완료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단서가 2009년 개정으로 추가된 취지를 “사업시행으로 인하여 소유권 등 권리를 상실하는 권리자가 주거 공간을 인도하기 이전에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있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4. 7. 24. 선고 2012헌마662 결정, 헌법재판소 2015. 11. 26. 선고 2013헌바415 결정 참조).
특히 주의할 점은, 사업시행자가 수용재결에서 주거이전비 등을 따로 신청하지 않아 재결에서 심리·판단되지 않았다면, 토지·지장물 보상금을 공탁했더라도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상 항목을 빠뜨리면 인도청구 자체가 막힌다.
동시이행이냐 선이행이냐
지급 방식에 따라 인도와의 관계도 달라진다. 2019다207813 판결은 두 경우를 구분한다. 사업시행자와 점유자 사이에 주거이전비 등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면, 사업시행자의 주거이전비 등 지급의무와 점유자의 부동산 인도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반면 협의가 안 되어 ‘재결절차 등’에 의할 때에는, 토지보상법 제62조의 사전보상 원칙에 따라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절차가 부동산 인도에 선행되어야 한다. 즉 재결로 가면 보상이 먼저고 인도가 나중이다.
다만 같은 판결은 예외도 밝혔다. 사업시행자가 수용재결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등을 수용개시일까지 지급하거나 공탁한 경우에는 손실보상이 완료된 것이어서, 점유자는 행정소송으로 증액을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인도청구를 거절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40097 판결 참조). 결국 ‘주거이전비 등을 재결에 포함시켜 수용개시일까지 지급·공탁했는가’가 분기점이 된다.
불법점유 손해배상도 함부로 못 구한다
이 법리는 점유 기간의 손해배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상이 완료되지 않아 점유자에게 사용·수익권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그 점유를 ‘불법점유’로 보아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을 구하기 어렵다. 보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시행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불법점유 책임을 묻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보상을 먼저 이행해야 할 쪽이 그 미이행 상태를 근거로 상대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판례 비교
| 판결 | 쟁점 | 결론 |
|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7813 | 명도(인도)에 주거이전비 등 지급이 필요한지 | 토지·지장물 보상 외에 주거이전비·이주정착금·이사비까지 지급해야 ‘손실보상 완료’, 그래야 인도청구 가능 |
|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7813 | 지급 방식과 인도의 관계 | 협의 성립 시 동시이행, 재결 시 보상이 인도에 선행(사전보상 원칙) |
|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40097 | 재결 보상금 수용개시일 내 지급·공탁 시 | 손실보상 완료로 보아 점유자는 인도 거절 불가(증액은 행정소송으로) |
관리처분인가 고시와 사용·수익의 정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으면, 종전 토지·건축물의 소유자와 임차권자 등은 소유권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을 위하여 토지·건축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출발점이 바로 이 시점이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다.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았거나,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종전 권리자가 곧바로 인도 의무를 지지 않는다. 즉 관리처분인가 고시만으로 당연히 인도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실보상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인도의 전제 — 손실보상의 완료
판례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를 상대로 부동산의 인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토지보상법이 정한 손실보상이 완료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손실보상에는 주거이전비, 이사비, 영업손실보상 등 토지보상법상 인정되는 보상이 포함된다(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7813 판결 등).
따라서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채 인도만을 먼저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보상과 인도는 분리되지 않으며, 보상이 선행되거나 적어도 함께 이행되어야 인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기준이다.
세입자 보상과 명도
세입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주거용 세입자에게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가, 영업을 하는 세입자에게는 영업손실보상이 문제된다. 이러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세입자에 대한 인도 청구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실무에서는 보상의 범위와 금액, 보상 대상자의 요건(거주·영업의 시기와 실질)을 둘러싼 다툼이 인도소송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인도를 구하는 측과 다투는 측 모두 보상의 완료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삼게 된다.
체크리스트
사업시행자(조합) 측은, 인도를 구하기 전에 현금청산대상자·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주거이전비·이사비·영업손실보상 등)이 완료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하여야 한다. 보상의 산정 근거와 지급·공탁의 자료를 갖추어 두어야 인도청구가 받아들여진다.
현금청산대상자·세입자 측은, 관리처분인가 고시가 있더라도 손실보상이 완료되기 전에는 인도 의무가 곧바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대응할 수 있다. 받을 보상의 항목과 금액을 특정하여, 인도와 보상이 함께 이행되도록 다투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업시행자(조합)라면, ① 명도 전에 토지·지장물 보상뿐 아니라 주거이전비·이주정착금·이사비까지 협의 또는 재결로 처리했는지 확인한다. ② 재결로 갈 경우 주거이전비 등을 재결신청 항목에 반드시 포함시키고, 수용개시일까지 지급·공탁해 ‘선이행’을 갖춘다. ③ 보상 미완 상태에서 점유 기간 손해배상·부당이득을 구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보상 완료를 먼저 정리한다.
현금청산대상자·세입자라면, ① 토지·건물 보상 외에 주거이전비 등 보상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② 그것이 협의·재결에서 누락되었다면 손실보상 미완료를 이유로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는 점, ③ 다만 재결에서 정해진 보상금이 수용개시일까지 지급·공탁되면 인도는 거절할 수 없고 증액은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명도(인도) 시점과 보상 완료 여부가 다투어진다면, 보상 항목과 지급·공탁 경위를 함께 검토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