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조합설립인가 후 다물권자(여러 개의 토지·건축물을 가진 토지등소유자)로부터 그중 하나를 사들이면, 양수인은 별도의 분양대상자(아파트 등을 분양받을 자격을 가진 자)가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다. 양수인은 종전 소유자와 합하여 ‘전원이 1인의 조합원’으로 묶이고, 분양대상자 지위도 1인분만 인정된다. 권리산정 기준일과 결합되면 그 제약은 더 촘촘해진다. 이른바 ‘분양권 없는 지분’를 둘러싼 분쟁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다.

두 가지 제한 — 조합원 자격 제한과 권리산정 기준일
정비사업에서 분양받을 권리를 통제하는 장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조합원 자격을 묶는 도시정비법 제39조, 다른 하나는 권리를 산정하는 시점을 고정하는 도시정비법 제77조다. 둘은 작동 국면이 다르다. 제39조는 ‘조합설립인가 후’ 소유권이 쪼개진 경우 조합원 수를 묶고, 제77조는 정비구역 지정 등 일정 시점 이후의 ‘지분쪼개기’에 대해 분양권 산정을 봉쇄한다. 실무에서는 이 둘을 뭉뚱그려 다루다 권리관계를 오판하는 일이 잦다.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는 ‘조합설립인가 후 1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양수하여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때’에는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입법취지는 분명하다. 조합설립인가를 기준으로 조합원 수를 고정시켜, 지분쪼개기를 통한 조합원 수의 급격한 확대와 투기세력 유입을 막고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과 사업성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 — 전원이 1인의 조합원, 1인의 분양대상자
이 조항이 다물권자로부터의 양수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밝혔다.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인가 후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을 양수하여 수인이 소유하게 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전원이 1인의 조합원으로서 1인의 분양대상자 지위를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0두36724 판결).
이 판결은 부산 온천4구역 주택재개발 사건이다. 1인이 정비사업 구역 내 집합건물 13세대를 소유하다가, 조합설립인가 후 그중 12세대를 12인에게 양도하였다. 대법원은 종전 소유자와 양수인 12인이 합하여 1인의 조합원 지위에서 1인의 분양대상자 지위를 가진다고 판단한 원심(부산고등법원 2020. 2. 12. 선고 2019누23845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적용 조문은 구 도시정비법(2017. 2. 8. 전부개정 전) 제19조 제1항 제3호와 제48조 제2항 제6호로, 현행법의 제39조 제1항 제3호·제76조 제1항 제6호에 대응한다.
핵심은 ‘전원이 1인’이라는 점이다. 다물권자 A가 정비구역에 주택 두 채를 가진 상태에서 조합설립인가가 난 뒤, 그중 한 채를 B에게 팔았다고 하자. 이때 B가 독립한 새 분양대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A와 B가 합쳐서 1인의 조합원·1인의 분양대상자로 취급된다. 양도가 곧 분양권 한 자리를 새로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물권자가 일부를 처분하여 분양권을 늘리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이 이 법리의 실질적 기능이다.
판결은 분양신청의 적법성으로 이어진다. 위 사건에서 구분소유자들은 분양신청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대표조합원을 선임하지 않은 채 각자 단독 명의로 분양신청을 하고, 그 신청서에 나머지 구분소유자의 성명을 기재하거나 그들의 신청서를 첨부하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구 도시정비법과 정관에 어긋나 적법한 분양신청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고, 소송 계속 중 뒤늦게 대표조합원을 선임하였더라도 달리 볼 수 없어 그들 모두가 현금청산대상자가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0두36724 판결). 즉 ‘전원이 1인’이라는 법리는 분양신청의 형식까지 규율한다. 대표조합원을 선임하고 전원의 의사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신청해야 적법하며, 일부가 단독으로 밀어붙인 분양신청은 부적법으로 평가되어 현금청산 대상으로 떨어진다.
권리산정 기준일 — 제77조가 막는 것
제39조가 ‘조합원 수’를 묶는다면, 제77조는 ‘분양받을 권리’ 자체의 발생을 시점으로 통제한다. 도시정비법 제77조 제1항은 정비사업을 통하여 분양받을 건축물이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있은 날 또는 시·도지사가 투기 억제를 위해 따로 정하는 날(기준일)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하도록 한다. 권리 산정을 앞당겨 고정함으로써, 기준일 이후의 인위적 권리 증식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권리 산정의 분수령이 되는 사유는 다음과 같다.
1. 1필지의 토지가 여러 개의 필지로 분할되는 경우, 2. 집합건물이 아닌 건축물이 집합건물로 전환되는 경우, 3. 하나의 대지 범위에 속하는 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주택 등 건축물을 각각 분리하여 소유하는 경우, 4. 나대지에 건축물을 새로 건축하거나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을 건축하여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우, 5. 전유부분의 분할로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우(도시정비법 제77조 제1항 각 호).
필지 분할, 단독주택의 집합건물 전환, 토지와 건물의 분리 소유, 나대지 위 다세대 신축, 전유부분 분할 — 모두 ‘하나였던 권리를 여럿으로 쪼개 분양권을 늘리는’ 전형적 수법이다. 제77조는 그 권리가 기준일 다음 날을 지나 만들어졌다면 분양권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매수를 검토하는 사람은 ‘내가 산 물건이 기준일 이후 쪼개진 것은 아닌지’, ‘다물권자가 인가 후 처분한 물건은 아닌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걸리면, 외형은 멀쩡한 부동산이라도 분양권 없는 ‘분양권 없는 지분’일 수 있다.
하급심의 혼선과 대법원의 정리
다물권자로부터 일부 물건을 양수한 자에게 개별 분양자격을 인정할지를 두고, 한때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일부 고등법원은 양수인에게 독립한 분양자격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다른 고등법원은 종전 소유자와 묶어 1인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현장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혼란이 있었다.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0두36724 판결은 ‘조합설립인가 후 1인으로부터 양수하여 수인이 소유하게 된 경우 전원이 1인의 조합원·1인의 분양대상자’라는 기준을 제시하여 이 혼선을 정리하였다. 따라서 지금은 조합설립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그 후의 양수가 새로운 분양권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권리산정 기준일을 정한 도시정비법 제77조도 투기 억제를 위해 거듭 손질되어 왔다. 기준일을 정비구역 지정·고시일에서 더 앞당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공람 공고일 후’로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개정이 이루어졌고, 적용 사유도 추가되었다. 권리를 쪼개 분양권을 늘리려는 시도를 더 이른 시점에 차단하려는 흐름이다. 그러므로 매수 시점이 정비구역 지정 전이라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공보에 따로 고시한 기준일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준일은 정비구역 지정일과 다를 수 있고, 그 다음 날을 지나 만들어진 권리는 분양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두 제도의 비교
| 구분 |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 | 도시정비법 제77조 |
| 통제 대상 | 조합설립인가 후 1인으로부터 양수하여 수인이 소유 | 기준일 다음 날 이후 필지분할·집합건물 전환·토지건물 분리·다세대 신축·전유부분 분할 |
| 효과 | 전원을 대표하는 1명만 조합원, 1인의 분양대상자 | 기준일 다음 날 기준으로 분양권 산정(이후 증식분 불인정) |
| 핵심 근거 |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0두36724 판결 | 도시정비법 제77조 제1항 각 호 |
| 실무 위험 | 단독 분양신청의 부적법, 현금청산 전락 | 분양권 없는 ‘분양권 없는 지분’ 매수 |
체크리스트
매수를 검토하는 사람은, 등기부의 외형만 보지 말고 조합설립인가일과 권리산정 기준일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다물권자가 인가 후 처분한 물건인지, 기준일 이후 쪼개진 권리인지를 조합 사무실의 조합원 명부·관리처분 자료로 교차 확인하고, 단독 분양신청이 가능한지 또는 종전 소유자와 1인으로 묶이는지를 매매 전에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전원이 1인’으로 묶이는 물건이라면, 매수인은 새 분양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종전 소유자와 분양권 한 자리를 나누는 지위에 서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
조합 측은, 다물권자로부터 양수한 자가 단독 명의로 분양신청을 하는 경우 대표조합원 선임과 전원 의사의 표시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적법하지 않은 분양신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관리처분계획의 하자로 비화하므로, 분양신청 단계에서 보정을 안내하고 그 경위를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유리하다.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의 권리 증식분은 분양대상에서 제외하는 처리 기준을 미리 정관·관리처분 기준에 명확히 반영해 두는 실무적 지혜가 필요하다.
다물권자 양수와 권리산정 기준일은 분양권의 존부를 좌우하는 만큼, 매매든 분양신청이든 그 전에 권리관계를 정밀하게 짚는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