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경국
박효영 변호사
재개발·재건축에서 조합은 사업의 주체다. 조합이 적법하게 설립되어야 그 뒤에 이어지는 사업시행계획도, 관리처분계획도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조합설립인가는 정비사업의 첫 단계이자, 사업에 반대하는 측이 가장 먼저 다투는 대상이 된다.
조합설립인가가 난 뒤에는 설립결의의 하자만 따로 떼어 무효확인을 구할 수 없고, 인가처분 자체를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인가가 단순한 보충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합에 행정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는 설권적 처분이기 때문이다. 이 성질론은 동의요건의 산정과 소송의 형식에 모두 영향을 미치므로, 조합설립을 준비하거나 다투려는 쪽이라면 먼저 알아 두는 것이 좋다.

1. 조합설립인가의 의미와 절차
정비사업은 시장·군수등이나 토지주택공사등이 직접 시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을 세워 시행한다(도시정비법 제35조 제1항). 절차는 대체로 정비구역 지정·고시, 추진위원회 승인(제31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징구, 창립총회, 시장·군수등의 조합설립인가 신청과 인가, 그리고 설립등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인 설립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조합이 법인으로 성립한다(제38조). 그러나 조합의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는 등기가 아니라 인가처분에서 나온다. 인가를 받은 조합은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행정주체가 되고, 이후 조합이 하는 총회 결의·관리처분계획 등은 공법상 법률관계 또는 행정처분의 영역에서 다루어진다.
쉽게 말해 조합설립인가는 사업 전체의 ‘권원(權原)’을 만들어 내는 행위다. 이 권원에 흠이 있으면 이를 기초로 한 후행 처분도 함께 부정될 수 있으므로, 동의요건과 절차를 다투는 실익이 가장 큰 단계이기도 하다.
2. 동의 요건 — 재개발과 재건축이 다르다
조합설립에서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동의율이다. 사업 유형에 따라 요건이 다르고, 2024년 말과 2025년 개정으로 재건축 요건이 완화되었으므로 반드시 현행 조문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재개발은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과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건축은 공동주택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복리시설은 3분의 1 이상) 동의에 더해, 주택단지 전체 구분소유자의 100분의 70 이상과 토지면적의 100분의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종전 4분의 3(75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낮아졌다.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이 포함되면, 그 지역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과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조합설립인가 등) ② 재개발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 인가를 받아야 한다. ③ 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는 …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복리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3분의 1 이상으로 한다) 동의 … 와 주택단지의 전체 구분소유자의 100분의 70 이상 및 토지면적의 100분의 70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 인가를 받아야 한다.
동의는 형식도 엄격한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인감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등 법정 방식과 검인 절차를 따라야 하며(제36조), 추진위원회는 동의를 받기 전에 추정분담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제35조 제10항). 이 정보제공이나 검인 절차를 빠뜨린 동의는 그 효력 자체가 다투어진다.
동의의 ‘철회’도 자주 문제된다. 동의는 원칙적으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기 전까지 철회할 수 있고, 철회의 시기·방법은 시행령에 정해져 있다. 인가 신청 직전에 철회서가 무더기로 접수되면 동의율이 요건선 아래로 내려가 인가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동의율 계산의 분모와 분자도 자주 다투어진다. 토지등소유자의 수는 한 필지나 한 건축물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그 전원을 대표하는 1인으로, 한 사람이 여러 필지·건축물을 가지면 역시 1인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산정방법은 시행령에 규정). 국·공유지의 처리, 미동의자·현금청산 예정자의 취급에 따라 동의율이 요건선을 넘느냐가 나뉜다.
3. 인가의 법적 성질 — ‘보충행위’가 아니라 ‘설권적 처분’
과거 실무는 조합설립인가를 사인의 설립행위를 보충해 주는 행위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를 설권적 처분으로 보았다.
“행정청이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행하는 조합설립 인가처분은 단순히 사인들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령상 요건을 갖출 경우 …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10638, 10645 판결).
설권적 처분이라는 성질 규정은 단순한 이론 다툼이 아니다. 조합설립결의를 인가의 한 요건으로 보게 되고, 다투는 방법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의는 더 이상 독립한 다툼의 대상이 아니라, 인가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요건사실’의 하나로 흡수된다.
4. 다투는 방법 — 결의 무효확인이 아니라 인가처분 항고소송
인가가 설권적 처분인 이상, 설립결의의 하자는 인가처분의 위법사유가 된다. 그래서 인가가 난 뒤에 결의만 따로 떼어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있은 이후에는 조합설립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조합설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항고소송의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는 별도로 조합설립결의만을 대상으로 그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10638, 10645 판결).
정리하면, 인가가 나기 전 단계라면 설립행위·결의를 직접 다툴 여지가 있지만, 인가가 난 뒤에는 대상을 ‘인가처분’으로 바꾸어 항고소송으로 가야 한다. 같은 법리는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소송 형식을 잘못 고르면 그 자체로 각하될 수 있다. 취소소송이라면 제소기간(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을 지켜야 하고, 그 기간을 넘겼다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함을 들어 무효확인소송으로 가야 한다. 동의요건 미달처럼 인가의 근간을 이루는 하자라면 무효사유로 평가될 여지가 크지만, 경미한 절차 위반은 취소사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인가받은 사항을 바꿀 때에도 절차가 있다. 조합설립 변경인가는 총회에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다시 시장·군수등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은 신고로 갈음할 수 있다(제35조 제5항).
판례 비교
| 법원·선고일·사건번호 | 쟁점 | 결론 |
|---|---|---|
| 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 총회결의(관리처분계획 등) 하자를 다투는 소송 방식 | 절차요건 다툼은 당사자소송, 인가·고시 후에는 항고소송으로 |
|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 재건축 조합설립결의 무효확인의 소 | 인가 후에는 결의 무효확인 불가, 인가처분을 항고소송으로 |
|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10638, 10645 판결 | 조합설립인가의 법적 성질 | 설권적 처분, 결의 하자는 인가처분 항고소송으로 |
체크리스트
조합·추진위 측. 동의서의 검인과 동의율 산정 근거를 처음부터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추정분담금 등 정보제공 의무(제35조 제10항)와 동의 방식(제36조)을 빠뜨리면 동의의 효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 인가 신청 직전 철회가 들어오면 철회의 시기·방법이 적법한지 따져 동의율을 다시 계산하고, 분모(공유·다물권·국공유지)의 산정 근거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한다.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 측. 인가가 난 뒤라면 결의 무효확인 소는 각하될 위험이 크다. 인가처분을 대상으로, 취소소송은 제소기간 안에 제기하고, 기간을 넘겼다면 동의요건 미달 등 중대·명백한 하자를 들어 무효확인을 구해야 한다. 주된 주장은 동의율이 실제로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분모(토지등소유자와 토지면적의 산정)와 분자(유효한 동의의 수)를 둘러싼 다툼이 조합설립인가 사건의 본질이다.
조합설립인가에 하자가 있으면 그 뒤에 이어진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의 효력도 함께 다투어질 수 있다. 동의요건의 정확한 산정과, 인가의 법적 성질에 맞는 쟁송방법의 선택이 조합에게는 사업의 안정을, 반대 측에게는 실효적인 구제를 좌우한다.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합설립인가의 동의요건이나 다투는 방법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정비사업 소송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