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사업시행계획인가는 조합이 무엇을 어떻게 짓는지를 확정하는 핵심 단계다. 그 내용에 불만이 있는 조합원이 ‘총회 결의가 잘못됐다’며 다투려 할 때, 무엇을 상대로 어떤 소송을 내야 하는지에서 길이 갈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가·고시가 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르다. 인가·고시 전에는 총회결의를 당사자소송으로, 인가·고시 후에는 사업시행계획 자체를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시점을 놓치면 소송 형태 자체가 부적법해진다.

사업시행계획은 독립한 행정처분
조합은 토지이용계획·정비기반시설 설치계획·이주대책·건축계획 등을 담은 사업시행계획서로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는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0조). 이렇게 인가·고시된 사업시행계획은 단순한 내부 계획이 아니다. 대법원 2009. 11. 2.자 2009마596 결정은 그 성질을 분명히 했다.
사업시행계획은 인가·고시를 통해 확정되면 이해관계인에 대한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사업시행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는 그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 계획이 확정된 후에는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계획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을 뿐, 절차적 요건에 불과한 총회결의 부분만을 대상으로 그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인가·고시 전과 후 — 소송 형태가 갈린다
인가·고시 전 단계를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판결은 조합 총회결의를 다투는 소송을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 보아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이를 민사소송으로 보던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정리하면 두 국면이다. 인가·고시 전이라면 총회결의 무효확인을 당사자소송으로 구해 하자 있는 계획이 인가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저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가·고시 후에는 사업시행계획이라는 처분 자체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항고소송으로 구해야 하고, 총회결의만 따로 다투는 확인의 소는 허용되지 않는다. 흔한 실수가 인가가 난 뒤에도 민사법원에 ‘총회결의 무효확인’을 내는 것인데, 이는 소송 형태가 맞지 않아 부적법해진다.
가처분이 아니라 집행정지
소송 형태가 항고소송이라는 점은 잠정 조치의 방법도 바꾼다. 사업 진행을 급히 멈추려 할 때 민사 가처분을 떠올리기 쉽지만, 2009마596 결정은 인가·고시된 처분의 효력·집행·절차속행의 정지는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신청으로만 가능하고 민사소송법상 가처분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인가 후 사업 진행을 막으려면 본안인 항고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사업시행계획의 무효는 언제 인정되나
처분을 다툰다면 취소사유로 다툴지 무효사유로 다툴지가 갈린다. 무효는 문턱이 높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두25173 판결은 당연무효가 되려면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는 일반 법리를 재확인했다. 이 판결은 동의서 쟁점도 정리했다.
사업시행계획 동의서가 계획 내용 확정 전에 작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고, 동의 이후 계획이 변경되었다고 동의의 효력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법원은 동의 이후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된 경우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변경된 내용과 함께 기존 동의를 철회할 수 있음을 고지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실제 사건에서 조합은 정비사업비가 약 23% 증액되었는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절차상 위법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지는 않다고 보아 무효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지의무 위반은 위법이지만 곧바로 무효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행위와 인가처분을 구분하라
공격 대상도 정확히 골라야 한다. 사업시행계획(기본행위)과 그에 대한 인가(보충행위)는 별개다. 2011두25173 판결은 인가처분에 하자가 없다면 기본행위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 무효를 내세워 바로 인가처분의 취소·무효확인을 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사업시행계획 자체에 하자가 있으면 그 계획(과 인가로 확정된 처분)을 다투어야지, 인가처분만 떼어 무효를 구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판례 비교
| 판결 | 쟁점 | 결론 |
| 대법원 2009. 11. 2.자 2009마596 | 인가·고시 후 다투는 방법 | 독립 행정처분 → 항고소송, 총회결의 별도 확인의 소·민사가처분 불가(집행정지로) |
| 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합 | 인가·고시 전 총회결의 | 당사자소송(행정법원)으로 무효확인, 종전 민사소송 판례 변경 |
|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두25173 | 무효 기준·동의 변경 | 무효는 중대·명백해야, 동의 후 변경 시 철회 고지 신의칙상 의무(위반해도 곧 무효는 아님) |
사업시행계획인가의 법적 성질
사업시행계획은 조합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 마련하고, 시장·군수등의 인가·고시를 통하여 효력을 갖는다. 인가·고시된 사업시행계획은 토지등소유자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독립된 행정처분으로 다루어진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에 불복하려면 그 인가처분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제기하여야 한다.
이 점은 조합설립인가와 같은 구조다. 사업시행계획안에 대한 총회 결의의 하자는 그 자체로 따로 다툴 것이 아니라, 인가·고시 후에는 인가처분의 위법사유로 흡수되어 항고소송으로 주장하여야 한다. 절차적 요건의 존부를 다투는 단계와, 처분이 성립한 뒤 그 효력을 다투는 단계가 구별된다.
인가 전과 후, 다투는 방법이 다르다
인가·고시가 있기 전이라면, 사업시행계획안을 의결한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을 다투는 것으로서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인가·고시가 이루어지면 사업시행계획은 행정처분으로 성립하므로, 그 뒤에는 결의 부분만을 떼어 효력을 다투는 확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인가처분을 대상으로 한 항고소송에 의하여야 한다.
공격의 표적을 단계에 맞추어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가 후에 결의 무효확인의 소를 고집하면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될 수 있고, 반대로 다툴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제소기간의 벽에 막힌다.
무효와 취소, 그리고 제소기간
인가처분을 다툴 때에는 하자의 정도에 따라 길이 갈린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의 제소기간을 지켜야 한다. 그 기간을 넘겼다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함을 들어 무효확인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동의·의결 정족수의 미달과 같이 사업시행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하자는 무효사유로 평가될 여지가 크지만, 경미한 절차 위반은 취소사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체크리스트
조합 측은, 사업시행계획안을 의결하는 총회의 소집·의결 정족수와 공람 등 절차를 빠짐없이 갖추고 그 근거를 문서로 남겨야 한다. 인가·고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후속 분쟁의 제소기간이 진행된다는 점도 함께 관리하여야 한다.
불복하는 토지등소유자 측은, 인가·고시 후에는 인가처분을 대상으로 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기간을 넘긴 경우에는 중대·명백한 하자를 들어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한다. 다투고자 하는 하자가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발생하였는지를 먼저 특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투려는 조합원은 먼저 지금이 인가·고시 전인지 후인지를 확인해 소송 형태(당사자소송 또는 항고소송)를 맞추고, 인가 후에는 민사 가처분이 아니라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무효 주장은 하자가 중대·명백한지 따져 아니라면 제소기간 내 취소소송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조합은 동의 이후 사업시행계획(특히 정비사업비)이 의미 있게 변경되면 변경 내용과 철회 가능성을 고지해 두는 것이 신의칙상 의무이자 분쟁 예방책이다.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구체적 사건은 인가·고시 시점과 하자의 성격을 함께 검토받으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