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사업시행계획을 바꿀 때는 언제나 총회 의결과 변경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려면 원칙적으로 총회 의결을 거쳐 변경인가를 받도록 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때에는 총회 의결 없이 신고만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는 무엇이 경미한 사항인가, 그리고 계획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변경이 있을 때 종전 계획과 새 계획 중 무엇이 효력을 갖는가이다. 이 구분을 잘못하면 총회 의결이 필요한 변경을 신고로 처리하여 인가가 위법해지거나, 반대로 간단히 처리할 사항을 무겁게 진행하여 사업이 지연된다.

원칙 — 총회 의결과 변경인가
사업시행계획은 건축물과 정비기반시설의 설치, 시공에 필요한 비용, 주민 이주대책, 세입자 주거대책 등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일체의 계획으로, 사업시행자가 폭넓은 계획재량을 가지고 작성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50조는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같으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때에는 시장·군수등에게 신고하도록 정한다.
의결 요건도 계획의 중요도에 맞추어 정해져 있다.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계획의 수립·변경에 원칙적으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과 조합원 20퍼센트 이상의 직접 출석을 요구하고, 정비사업비가 10퍼센트 이상 늘어나는 경우에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둔다. 반면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이러한 총회 의결은 물론 공람절차나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통지·의견청취 절차도 거칠 필요가 없다. 시장·군수등은 경미한 사항의 변경 신고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리 여부를 신고인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통지하지 않으면 그 다음 날에 신고를 수리한 것으로 본다.
경미한 사항은 시행령 열거에 한정되는가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6조는 경미한 변경의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여기에서 실무상 다투어지는 쟁점이 있다. 시행령이 열거한 사유에만 해당해야 경미한 변경으로 인정되는가, 아니면 열거되지 않은 사항도 그 성질에 따라 경미한 변경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변경 사유를 정한 규정을 예시적 규정으로 보아, 시행령에 열거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그 변경 내용이 객관적으로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의 의사에 충분히 부합하고 그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를 침해하지 않는 경우, 또는 총회 의결을 거치더라도 그 변경 내용과 다르게 의결할 여지가 없는 경우 등이라면 경미한 사항의 변경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 법리는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이 확대 해석은 조합원의 권리에 실질적 영향이 없는 경우에 한정되므로, 분담금이나 권리배분에 영향을 주는 변경을 경미한 사항으로 처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주요 부분의 실질적 변경 — 종전 계획은 효력을 잃는다
경미한 변경이 아니라 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변경이 새로운 인가를 받아 이루어지면 종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두6400 전원합의체 판결은 관리처분계획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와는 달리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당초 관리처분계획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상실한다.
이 법리는 사업시행계획에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이 기존 계획을 실질적으로 대체한다면 이전 계획은 변경된 계획에 흡수·소멸되어 효력을 잃고, 다툼의 대상도 변경된 계획으로 옮겨간다. 반대로 변경이 실질적 대체에 이르지 않는다면 기존 계획이 여전히 다툼의 대상이 되며, 그 기존 계획이 총회결의 무효 등 성립상의 하자로 무효가 되면 이에 터 잡아 이루어진 변경 계획도 원칙적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어느 계획이 살아 있는 계획인지에 따라 소송의 대상과 승패가 갈리는 것이다.
변경이 여러 번이면 무엇을 다투는가
이 원리는 계획을 다투는 방법에도 직접 이어진다.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2두24481 판결은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안과 관리처분계획안을 의결한 뒤 다시 새로운 결의로 이를 변경하여 사업시행변경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사안에서, 변경된 계획에 대하여 항고소송으로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하고, 실질적으로 대체된 종전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에 불과하여 권리보호요건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현재 효력을 가진 변경 계획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인가처분은 그 자체로 독립한 처분이면서 사업시행계획의 효력을 완성시키는 보충행위, 즉 강학상 인가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가에 고유한 하자가 없는 이상 기본행위인 사업시행계획의 하자를 이유로 인가만을 다툴 수는 없고, 하자가 있는 처분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다만 기본행위인 사업시행계획이 무효이거나 취소되면 보충행위인 인가의 효력도 함께 사라진다.
정리
| 구분 | 근거 | 내용 |
|---|---|---|
| 원칙 | 도시정비법 제50조 | 사업시행계획 변경은 총회 의결 후 변경인가, 정비사업비 10% 이상 증가 시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 |
| 경미한 사항 | 도시정비법 제50조 단서, 시행령 제46조 | 총회 의결·공람·통지 없이 신고로 처리, 20일 내 미통지 시 수리 간주 |
| 경미한 사항의 범위 | 대법원 해석 | 시행령 열거는 예시적, 권리의무를 침해하지 않는 등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 |
| 주요 부분의 실질적 변경 | 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두6400 전합 | 새 계획이 인가되면 종전 계획은 원칙적으로 효력 상실 |
| 다투는 방법 |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2두24481 | 실질적으로 대체된 종전 계획·결의는 소의 이익 없음, 현재 계획을 대상으로 |
체크리스트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할 때 먼저 그 변경이 경미한 사항인지 주요 부분의 실질적 변경인지를 정확히 가려야 한다. 시행령 제46조의 열거 사유에 해당하거나, 조합원의 권리의무·법적 지위에 실질적 영향이 없어 총회를 거치더라도 달리 의결할 여지가 없는 정도의 변경이라면 신고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비의 증가나 분양·부담금 구조의 변경처럼 조합원의 권리에 영향을 주는 변경을 경미한 사항으로 처리해 신고로 넘어가면, 총회 의결을 결한 하자로 변경인가가 위법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정비사업비가 10퍼센트 이상 늘어나는 변경은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조합원이 사업시행계획을 다투려는 경우에는 현재 효력을 가진 계획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여러 차례 변경이 이루어졌다면 실질적으로 대체되어 살아 있는 최종 계획을 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이미 흡수·소멸된 종전 계획이나 그 결의만을 다투는 것은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기본행위인 사업시행계획의 하자와 보충행위인 인가의 하자를 구분하여, 다투어야 할 처분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소송의 출발점이다.
경미한 변경인지의 판단과 다툼의 대상 특정은 사업의 진행과 권리 구제 모두를 좌우하므로, 계획 변경의 설계 단계부터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