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 임원 해임은 집행부와 조합원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국면이다. 해임에 반대하는 임원은 “총회 소집 절차가 잘못됐다”며 결의의 효력을 다투고, 해임을 추진하는 조합원은 “조합장이 소집을 거부한다”며 길이 막힌다. 임원 해임총회는 누가 어떤 요건으로 소집하는가, 그리고 소집 절차에 흠이 있으면 그 결의는 곧바로 무효가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해임총회의 소집 문턱은 낮춰 두면서, 절차 하자는 ‘중대한지’를 따져 결의의 효력을 가린다. 소집은 쉽게, 무효는 어렵게 본다고 이해하면 큰 틀이 맞다.

해임총회의 발의·소집 요건
일반 총회의 소집 경로부터 본다. 총회는 조합장이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조합원 5분의 1 이상(조합임원의 권리·의무·보수·선임방법·변경·해임에 관한 정관 사항을 변경하기 위한 총회는 10분의 1 이상) 또는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요구로 조합장이 소집한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이하 ‘도시정비법’ 제44조 제2항). 즉 원칙적으로 소집의 키는 조합장이 쥐고 있다.
그런데 임원 해임은 사정이 다르다. 도시정비법 제43조 제4항은 이렇게 정한다.
“조합임원은 제44조제2항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해임할 수 있다. 이 경우 요구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 총회의 소집 및 진행을 할 때에는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
이 조항에는 두 가지 장치가 들어 있다. 첫째, 발의(소집요구) 정족수를 5분의 1에서 10분의 1로 낮추었다. 해임 대상이 될 임원이 소집을 가로막는 구조에서 조합원의 견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완화 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둘째, 요구자 대표가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해 직접 총회를 소집·진행한다. 해임 대상인 조합장이 자신의 해임총회를 순순히 열어 줄 리 없으므로, 소집권을 조합장에게서 떼어 요구자 대표에게 넘긴 것이다. 따라서 조합장이 협조하지 않아도 해임총회는 적법하게 열릴 수 있다.
해임 사유에 관해서도 짚어 둘 점이 있다. 현행 제43조 제4항은 해임 사유를 따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비위가 있어야만 해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족수만 충족하면 조합원들이 신임을 거두는 방식의 해임도 가능한 구조다. 해임은 ‘사유’보다 ‘절차와 정족수’의 싸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집 절차의 하자와 결의의 효력 — 판단 기준
해임이든 연임이든, 총회 소집 과정에서 정관이 정한 절차를 빠뜨리는 일이 잦다. 대표적인 것이 “총회를 소집할 때 미리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정관 규정을 어기는 경우다. 이때 그 총회 결의는 무효인가. 일각에서는 정관을 어겼으면 결의도 당연히 무효라고 본다. 그러나 대법원의 태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20다210679 판결은 먼저 조합 기관들의 성격을 정리한다. 총회는 “조합 임원의 선임 및 해임 등을 비롯하여 조합에 관한 여러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는 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고, 대의원회는 시행령이 정한 전속의결사항을 제외하고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의결기관인 반면, “이사회는 조합의 의사결정기관이 아니고 조합장을 보좌하여 조합 사무를 분담하는 사무집행기관”이라는 것이다. 이사회는 의결기관이 아니라 집행기관이라는 이 성격 규정이 결론의 출발점이 된다.
그 위에서 대법원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정관상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규정을 어긴 경우 총회 결의가 무효인지 여부는, “위 정관 규정을 위반한 하자가 총회 결의의 효력을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소집절차상의 하자라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대성’을 가릴 때 고려할 요소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① 정관 규정을 위반하게 된 경위와 구체적 위반 내용, ② 이사회 의결에 존재하는 하자의 내용과 정도, ③ 총회 소집과 관련해 대의원회 등 다른 기관의 사전심의·의결이 있었는지, ④ 그 하자가 전체 조합원의 총회 참여 기회나 의결권 행사 등에 미친 영향, ⑤ 총회·대의원회와 이사회의 관계 및 각 기관의 기능·역할·성격, ⑥ 총회의 소집 주체·목적·경위와 참석 조합원들의 결의 과정·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사안에 어떻게 적용되었나
이 사건에서는 임원 연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소집하기 위한 이사회 결의에 하자가 있었다. 이사 중 1명이 대표조합원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사 자격이 없었고, 그 결과 그 이사가 참여한 이사회 결의는 개의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흠이 있었다. 원심은 이 점을 들어, 하자 있는 이사회 결의로 소집된 임시총회는 정관상 소집절차를 위반한 것이고 따라서 그 총회의 연임 결의도 무효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이사회 결의에 개의정족수 미달의 하자가 있더라도, ① 그 후 대의원회가 임시총회의 일시·장소·부의 안건에 관하여 별도로 결의한 점, ② 예정대로 열린 임시총회에 과반수 조합원이 참석해 임원별로 약 190~200명이 연임에 찬성한 점, ③ 이사회 결의의 하자가 전체 조합원의 총회 참여 기회나 의결권 행사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사회 결의의 하자는 (…)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 결의를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소집절차상의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절차에 흠이 있다고 결의가 자동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 흠이 조합원의 의사 형성을 실질적으로 왜곡했는지를 따진다는 것이다. 특히 대의원회의 별도 심의·의결이 있었다는 점이 흠을 치유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작용했다.
이 법리는 연임 총회에 관한 사안이지만, 같은 ‘소집절차 하자와 결의 효력’의 문제인 해임총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해임총회에서도 이사회 의결 누락이나 통지 흠 같은 절차 하자가 곧바로 결의 무효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하자의 중대성과 조합원 의사에 미친 영향으로 효력이 가려진다.
해임의 의결정족수와 의결 방법
해임총회는 소집의 적법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임원의 해임은 조합원의 의사를 정족수로 확인하는 절차이므로, 정관과 법령이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여야 한다. 해임은 조합원에게 중대한 사항인 만큼, 통상의 안건보다 가중된 정족수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고, 서면결의서의 적법성도 정족수 산정에서 함께 문제된다.
따라서 해임결의의 효력을 다툴 때에는 ‘소집이 적법했는가’와 ‘정족수를 채웠는가’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소집 절차에 하자가 없더라도 정족수가 미달하면 결의는 무효가 되고, 반대로 정족수를 채웠더라도 소집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결의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 본안 전의 다툼
해임결의의 효력을 둘러싼 본안 소송은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해임된 임원 또는 새로 선임된 임원의 직무집행을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가처분이 함께 활용된다. 누가 적법한 임원인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조합 운영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잠정적 조치다.
가처분의 인용 여부는 본안의 승패 가능성과 정지의 필요성·긴급성을 함께 따져 결정된다. 해임을 추진하는 측과 방어하는 측 모두, 본안과 가처분을 함께 설계하여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체크리스트
해임을 추진하는 조합원이라면, ① 발의 정족수(10분의 1)를 정확히 확보하고 그 명단을 객관적으로 남기며, ② 요구자 대표를 적법하게 선출해 그 대표 명의로 소집·진행하고, ③ 통지 기한·방법 등 정관과 법령이 정한 소집 절차를 빠짐없이 밟아야 한다. 소집권이 요구자 대표에게 넘어와 있으므로 조합장의 협조가 없다는 사정 자체는 장애가 되지 않지만, 발의자 수 산정이나 대표 선출 절차에 흠이 있으면 바로 그 지점이 공격받는다.
반대로 해임결의의 효력을 절차 하자로 다투려는 임원 측은, 단순히 “정관을 어겼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하자가 조합원의 총회 참여나 의결권 행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 ‘중대한’ 것이어야 결의가 무효가 된다. 대의원회의 별도 심의가 있었거나 다수 조합원이 참석해 압도적으로 가결된 경우라면, 절차상의 흠만으로 결의를 뒤집기는 어렵다. 따라서 해임·연임 총회를 둘러싼 분쟁은 소집 절차의 흠 유무뿐 아니라 그 흠이 결과에 미친 영향까지 함께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안전하다. 해임총회의 소집 적법성이나 절차 하자가 다투어진다면, 발의·소집·통지의 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검토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판례 비교
| 판결 | 쟁점 | 결론 |
|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20다210679 |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정관 위반과 총회 결의의 효력 | 곧바로 무효가 아니라 ‘중대한 소집절차상 하자’인지로 판단(여러 요소 종합) |
|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20다210679 | 이사회 결의 개의정족수 미달의 효과 | 대의원회 별도 결의·과반 참석·다수 찬성 등 고려 시 연임결의 무효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