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영 변호사
정비사업에서 조합의 정보공개는 단순한 행정 협조 의무가 아니라 어기면 형사처벌이 따라붙는 의무다. 조합원이 자료를 요구했는데 주지 않으면 조합장이 처벌을 받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처벌은 되지만 그 범위는 좁다. 존재하지 않는 자료까지 내놓을 의무는 없고, 각호에 적힌 서류의 ‘관련 자료’를 무한정 넓힐 수도 없다. 법원은 정보공개 의무를 강하게 인정하면서도, 형벌 조항인 만큼 그 경계를 죄형법정주의로 엄격하게 긋는다.

공개 의무의 두 갈래와 처벌 조항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의 정보공개 의무는 성격이 다른 두 갈래다. 하나는 상시 공개 의무다. 조합임원 등은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각호의 서류와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조합원·토지등소유자·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 등으로 공개하여야 한다(제124조 제1항). 다른 하나는 요청에 따른 열람·복사 의무로, 조합원 등이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따라야 한다(제124조 제4항). 여기에 더해 공개 대상 서류의 목록·개략적 내용·공개장소 등을 분기별로 서면 통지할 의무가 있다(제124조 제2항). 이 중 제124조 제1항(상시 공개)과 제4항(열람·복사)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38조 제1항 제7호).
왜 형벌로 강제되는가
정보공개를 형벌로까지 강제하는 이유에 관하여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3도16588 판결은 입법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그 조합과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보공개는 조합 비리를 막는 핵심 장치이므로 그 위반에 형벌을 둔 것이다. 의무가 무거운 만큼 위반도 폭넓게 인정될 것 같지만, 실제 판례의 결론은 정반대다.
무효 의결로 선임된 임원도 처벌 대상
선임 결의에 하자가 있어 나중에 무효가 될 임원은 의무를 면하는가. 그렇지 않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다.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임원으로 선임된 후 그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는 사람도 ‘조합임원’으로서 제138조 제1항 제7호 위반죄의 주체가 된다. 그를 조합임원으로 선임한 총회의 의결이 나중에 무효로 확정되더라도 그 이전에 이루어진 위 범죄의 성립이 소급하여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기준은 ‘실제로 권한을 행사했는가’이다. 적법한 임원과 동일한 권한을 실제로 행사한 이상, 선임 결의의 무효 여부와 무관하게 그 기간의 공개 의무를 진다. 따라서 선임에 다툼이 있는 임원도 재임 중에는 ‘내 선임이 무효라 의무가 없다’는 항변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분쟁 중인 집행부일수록 오히려 정보공개를 더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처벌의 경계 — 죄형법정주의가 긋는 세 선
주체는 넓게 인정되지만, 처벌 범위는 죄형법정주의로 좁혀진다. 대법원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유추해석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서 정보공개죄가 성립하지 않는 세 경우를 분명히 했다.
첫째, 작성되어 존재하지 않는 서류는 공개 의무의 대상이 아니다. 없는 자료에 공개 의무를 인정하면 명문 근거 없이 그 서류를 ‘작성할 의무’까지 지우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분기별 서면 통지 의무(제124조 제2항)는 자료를 ‘작성’할 의무가 아니다. 따라서 매 분기 다음 달 15일까지 자료 작성을 마치고 공개했어야 한다는 식으로 통지 규정을 작성·공개 시한으로 끌어다 쓸 수 없다.
셋째, 열람·복사 요청의 대상은 요청 당시 현존하는 자료뿐이고, 요청 후 15일이 지나기 전에 비로소 작성된 자료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제124조 제4항의 15일은 열람·복사를 현실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준비기간일 뿐이다.
사안에 어떻게 적용되었나
이 사건에서 조합장은 두 건으로 기소되었다. 하나는 이사회 의사록을 분기 통지 시한까지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합원의 계약서 열람·복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두 부분 모두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의사록은 작성일부터 15일 이내에 공개되었으므로 분기 통지 시한을 작성·공개 시한으로 본 것은 잘못이고, 계약서 건도 요청 당시 그 계약서가 현존했는지를 심리하지 않은 채 그 후 작성이 완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유죄로 본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언제 작성되어 존재했는가’와 ‘언제 공개·제공했는가’의 선후가 유무죄를 갈랐다.
정보공개 의무의 내용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조합 등 추진주체에게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고, 조합원·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할 의무를 지운다. 공개와 열람의 대상은 총회·이사회의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회계감사보고서, 계약서, 정비사업비의 사용내역 등 사업의 핵심 자료에 두루 미친다.
요청을 받은 임원은 법령이 정한 기간 내에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거짓으로 응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보공개는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장치이자, 조합원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형사처벌의 범위와 고의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하면 도시정비법 제138조의 벌칙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처벌은 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를 전제로 한다. 자료가 실제로 존재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공개를 거부한 경우와, 애초에 작성·보유 의무가 없어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는 구별되어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자료는 공개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료의 부존재가 다투어질 때에는, 그 자료가 작성·보유되어야 하는 것인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임원으로서는 부존재의 경위를 객관적으로 소명할 수 있어야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
실무상 유의점
자료에 개인정보나 제3자의 영업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는, 공개의 범위와 방법을 조정하는 것이 문제된다. 전부를 이유로 거부하기보다 보호가 필요한 부분을 가린 뒤 나머지를 공개하는 방식이 분쟁을 줄인다. 공개 요청과 그에 대한 처리 경과는 문서로 남겨, 후일 고의 유무를 다툴 때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체크리스트
조합·임원 측은, 공개·열람 대상 자료의 목록을 평소에 정리해 두고, 요청을 받으면 법정 기간 내에 응하여야 한다. 부존재를 주장할 경우에는 그 경위를 객관적으로 소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처리 경과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조합원 측은, 열람·등사 요청을 서면으로 특정하여 남기고,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가 반복되면 형사절차와 민사상 열람·등사 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요청의 대상이 실제로 작성·보유되어야 하는 자료인지를 먼저 따져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조합(집행부)은 각호 서류가 작성·변경되면 그날을 기산점으로 15일 내에 공개하는 일정 관리를 두고, 열람·복사 요청에는 요청일 기준 15일 내에 요청 당시 현존하는 자료를 제공하며, 분기 통지는 통지대로 챙기되 그것을 작성 시한으로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작성일·공개일·요청일을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결정적 방어자료가 된다. 자료를 요구하는 조합원은 단순히 ‘안 줬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가 요청 당시 실제로 존재했는지가 쟁점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판례 비교
| 판결 | 쟁점 | 결론 |
|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3도16588 | 무효 의결로 선임된 임원의 주체성 | 실제 권한 행사 시 주체가 되고, 선임 의결이 뒤에 무효가 되어도 범죄 성립은 소급 부정되지 않음 |
|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3도16588 | 미작성·미존재 자료 | 없는 자료는 공개의무 없음, 열람·복사는 요청 당시 현존 자료만 대상 |
이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 분쟁은 작성·공개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검토받으시기를 권합니다.